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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가상화폐 실명제…투기·탈세 `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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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신년기획 / 블록체인 강국으로 가자 ③ ◆

매일경제

정부가 가상화폐 시장 규제에서 한발 물러섰다. 정기준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은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거래소 폐쇄 방안은 향후 범정부 차원에서 충분한 협의와 의견 조율 과정을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지난 11일 "거래소 폐쇄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 발언보다 수위를 한층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정 실장은 "최근 법무부 장관이 언급한 거래소 폐쇄 방안은 작년 12월 28일 특별대책에서 법무부가 제시한 투기 억제 대책 중 하나"라며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 부처 간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실장은 "작년 12월 28일 특별대책에서 밝힌 가상화폐 실명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면서 "향후 시세 조작·자금 세탁·탈세 등 거래 관련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검찰·경찰·금융당국의 합동조사를 통해 엄정하게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가상화폐 투기와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하겠지만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해서는 연구개발 투자를 지원하고 육성해 나가겠다는 기존 방침도 강조했다. 시중은행들도 신중하게 정책에 발맞추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선 지난주 실명 확인 서비스 도입 연기 결정으로 논란을 빚었던 신한은행은 이날 예정된 기존 계좌 입금 금지 조치를 유보하고 실명 확인 입출금 서비스를 빠르게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상화폐 시장은 정부 발표를 호재로 받아들였다. 빗썸 거래소 기준 정부 발표 직후인 15일 오전 10시 1805만원에서 1985만원으로 순간 급등한 후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며 이날 오후 1950만원 선을 기록했다.

정부의 기조 전환에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거래소 폐쇄 반대 요구 쇄도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가상화폐 규제 반대' 정부는 국민에게 단 한 번이라도 행복한 꿈을 꾸게 해본 적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청원에 19만3000여 명이 참여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이나 각 부처 장관 등이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내놔야 하는 기준선인 '한 달 내 20만명'에 임박한 수치다.

한 청원자는 "선진국에서 이미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더 발전해 나가는 현 상황에서 대한민국만 타당하지 않은 규제로 경제가 쇠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응답에 나서자 금융당국도 발 빠르게 가상화폐 관련 입장을 내놨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 "정부의 규제 조치는 블록체인이나 가상화폐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다"며 "블록체인의 발달을 최대한 장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어느 경우든 비정상적인 과열 투기로 사회 안정이 저해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당연한 책무"라며 "거래도 여러 차례 말했다시피 본인 책임하에 이뤄진다. 현명한 판단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나 거래계좌 공급 중단 등 현재 거론되는 규제 조치에 대해선 부처 간 협의 전 독자적인 대책은 없을 것이라는 것을 명확히 했다.

규제 필요성에 대해선 변함없이 꼭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정부는 기본적으로 경제, 사회, 개개인이 입을 수 있는 보다 큰 손실을 예방하는 게 목표"라며 "욕을 먹더라도 할 일은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한은행뿐 아니라 금융당국의 발표로 혼란스러워하던 타 은행들도 가상화폐 대책에 방향을 잡은 모양새다. NH농협은행은 이달 말까지 가상계좌를 유지하는 동시에 정부가 원하는 수준의 실명 확인 입출금 서비스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 발표에 대해 가상화폐 업계는 적극 환영했다. 빗썸 거래소 관계자는 "정부가 시장과의 소통 의지를 피력한 점에 반갑다"며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하고, 거래소 차원의 자율 규제안을 준수하는 등 모범적인 거래소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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