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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VIEW POINT] 기업 껴안는 美뉴베리 vs 홀대하는 화성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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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신년기획 기업사랑 나라사랑 ◆

매일경제

"사우스캐롤라이나를 미국 거점 공장으로 선택했을 때, 삼성은 세계 최고 제품을 만들 열정을 보유한 지역을 만난 것입니다."

14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카운티 삼성전자 가전공장 개소식에 참석한 헨리 맥매스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의 메시지는 의미심장했다. 위험이 수반되는 기업 투자에 지역사회가 후회가 없도록 '한마음'이 돼 도울 것임을 확인시켰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 뉴베리 가전공장 가동은 두 가지 면에서 혁신적이다. 지난해 7월 뉴베리카운티를 신공장 후보지로 선택한 뒤 불과 6개월 만에 공장을 가동하는 믿을 수 없는 속도전이 첫 번째다. 더불어 지역사회가 삼성 공장 설립을 위한 '수호자'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속도전의 비결은 '일자리'였다. 삼성전자가 공장 건립을 위해 450여 명의 현지 인력을 고용하면서 대량 고용이라는 선물을 받아든 지역사회는 연휴를 반납하고 내 일처럼 뛰었다. 미국은 추수감사절과 성탄절이 연결돼 12월 초부터 홀리데이를 맞는 근로자가 많다. 하지만 뉴베리 근로자들은 휴무를 반납하고 공장 조기 완공에 주력했다. 지역 정·관계 인사들의 활동도 인상적이다. 삼성이 미국의 세탁기 무역규제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지사와 상·하원 의원들이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청문회에서 지원사격을 했다. 청문회에서 랠프 노먼 미 하원의원은 호소했다. "내 지역구인 뉴베리는 삼성이 들어오기 전 캐터필러 공장이 폐쇄되면서 325명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삼성의 투자는 (도탄에 빠진 지역 경제에) 중대한 진전을 이뤄준 것입니다."

이처럼 기업을 동반자로 인식한 뉴베리와 달리 한국에서는 사뭇 다른 양상이 전개된다. 지난해 하반기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화성시에 6조원을 투자해 신공장을 지으려 하자 각종 인허가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교통환경평가 등으로 퇴짜를 맞다가 결국 설계 변경까지 해가며 가까스로 승인이 이뤄졌다. 삼성전자의 화성시 투자액은 6조원으로 뉴베리 지역민들이 열광한 투자액 4000억원의 15배다.

지난해 말 열렸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도 기업을 향한 뿌리 깊은 반감을 드러낸다. 특검은 "삼성이 평택 공장에 15조원을 투자하기 위해 정부에 인허가 로비를 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그러자 이 부회장은 "(대기업의 지역사회 대규모 투자는) 오히려 중앙·지방정부가 우리(삼성)에 청탁을 해야 할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논리적이고 빈틈없어야 할 특검의 질문에서조차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탐욕·특혜로 치부하는 반기업 심리가 만만치 않게 담겨 있다.

매일경제는 신년 화두로 '기업사랑 나라사랑'을 한국 사회에 제시했다. 국부와 일자리 창출의 주체인 기업의 투자와 혁신 의지를 꺾는 반기업 정서가 바로잡히지 않으면 현 정부가 목표로 하는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불가능하다. 기업을 어떻게 해야 신명 나게 뛸 수 있게 하는지 그 해법을 미국의 한 작은 카운티가 한국 사회에 보여주고 있다.

[신업부 =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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