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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美 경제호조에도… '힘 못쓰는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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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본격 금리인상에도 투자자 유로.엔에 몰려
달러상승 예상 빗나가.. 달러지수 3년來 최저수준
전문가 "올 달러약세 가속"
美기업.행정부 일단 '반색'


파이낸셜뉴스

【 워싱턴=장도선 특파원】 미국 경제 순항과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달러보다 엔, 유로, 여러 신흥시장 통화를 선호하면서 달러가 찬밥 신세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4일(이하 현지시간) 월 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국제외환거래소(ICE)의 달러지수는 지난 12일 3년여 최저 수준까지 후퇴했다. 달러지수는 미국의 교역 상대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추적하는 지수로 작년에 거의 10% 하락, 2003년 이후 가장 큰 연간 낙폭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달러의 지속적 약세를 글로벌 경제의 상승흐름, 그리고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이 결국 통화정책 정상화를 추구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으로 설명한다. ECB와 BOJ는 아직 시장을 지지하는 관대한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지만 조만간 통화부양책 철회를 시작하고 궁극적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 행진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ECB와 BOJ의 통화정책 정상화는 달러자산의 매력을 감소시킬 잠재적 가능성을 지닌다.

TD 증권의 북미지역 외환 전략 헤드 마크 맥코믹은 "달러 이야기는 글로벌 체제(regime) 변화의 하나"라고 설명하며 유럽과 일본 등지가 "투자하기 원하는 지역처럼 실제로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달러 하락세 지속은 연준의 점진적이면서 꾸준한 금리 인상 궤도를 바탕으로 달러 상승을 점쳤던 많은 투자자들의 예상이 또 한번 빗나갔음을 보여준다. 달러의 최근 하락은 더디게 진행됐지만 연준의 금리 인상 가속화와 인플레이션 상승을 시사할 수도 있는 뉴스들이 전해진 가운데 나타난 현상이라는 점에서 일부 투자자들에게 상당히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지난 12일 발표된, 예상을 상회한 미국의 12월 소비자물가 데이터와 최근 수주간 진행된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은 미국 금리가 결국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복귀할 것인가에 대한 오래된 시장 논쟁에 다시 불을 붙였지만 달러 상승 효과를 내지는 못했다.

하이다르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사이드 하이다르 대표는 WSJ에 "달러 상승을 유발해야 하는 이 모든 긍정적 요인들이 실질적으로 아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가 상품 생산국인 말레이시아, 칠레, 콜럼비아 등 신흥시장 통화들에 하락할 것으로 내다본다.

많은 분석가들은 미국의 재정적자를 확대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감세법 시행으로 2018년에 달러 하락세가 빨라질 것으로 믿는다. 일반적으로 한 국가의 재정적자가 늘어나면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 발행이 증가, 통화가치는 하락한다. 골드만 삭스와 JP모간은 미국의 재정적자는 2017 회계연도의 6640억달러(국내총생산의 약 3.4%)에서 2019 회계연도에 1조달러(국내총생산의 5%)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물론 달러의 최근 약세는 단지 시장의 정상적 등락 과정을 반영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많은 분석가들은 다른 통화 대비 달러 가치가 2011년 저점에서 거의 25% 상승한 것은 펀더멘탈 보다 고평가됐다고 평가한다.

미국의 많은 대기업들은 달러가 약간 더 하락하는 것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달러 가치 약화는 미국 상품의 수출 경쟁력을 높여주는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정책 목표 가운데 하나다. 반면 달러의 과도한 하락은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고 수입 물가 급등을 초래, 인플레이션 과열 우려를 자아낼 수 있다.

jdsmh@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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