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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40년 만에 풀린 스리랑카 '여성 술 구입 금지령'..나흘만에 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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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의 ‘여성 술 구입 금지령’이 약 40년 만에 해제됐다가 나흘 만에 번복됐다. 데일리미러 등 스리랑카 현지언론은 14일(현지시간)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스리랑카 대통령이 재무부에 여성의 술 구입을 허용키로 한 결정의 철회를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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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스리랑카 재무부는 여성이 술을 사지 못하도록 한 규제를 풀었다. 1979년 만들어진 이 규제에 따라 그동안 스리랑카 여성들은 어떤 종류의 술도 살 수 없었다. 여성이 레스토랑 등 술을 파는 곳이나 양조장 등에서 일할 때에도 정부의 사전허가를 얻어야만 했다. 하지만 여성의 음주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아 실질적인 효과는 없으면서 여성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재무부 관계자도 규제 해제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성차별적인 법을 없애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했다.

재무부의 발표는 스리랑카 내 불교도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불교계 지도자들은 “여성의 술 구입을 허용하면 여성들이 술에 중독돼 스리랑카의 가족 문화를 망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비자권익보호운동 단체도 정부가 음주를 장려한다고 비난하며 대통령의 개입을 촉구했다. 전체 인구의 70%가 불교도인 스리랑카에서 대통령이 여론을 무시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리세나 대통령의 철회 명령이 알려지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그의 모순을 지적하는 여론이 일고 있다. 시리세나는 2016년 ‘변화를 위한 여성’이라는 캠페인을 열고 “여성들이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며 여성의 정치 참여를 독려했다. 스리랑카의 한 트위터리안은 “시리세나 대통령은 여성들이 의사 결정 능력이 떨어진다고 믿고 있다”며 “여성이 술을 살 수 있을지 아닐지 간단한 결정도 하지 못한다면서 어떻게 여성의 (정치) 대표를 늘리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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