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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분쟁과 분단, 일본 대지진과 세월호...세계 작가들이 말하는 '평화'와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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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 대회를 한 달 앞두고 18개국 200여명의 문인들이 한국에 모여 평화를 이야기한다. 개별 국가와 개개인의 경험을 넘어, 인간 삶의 다양한 차원에서 일어나는 고통과 억압, 평화와 연대를 문학을 매개로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대학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함께하는 ‘2018 국제인문포럼’은 오는 19~22일 서울과 평창에서 열린다. ‘문화올림픽’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부제는 ‘세계의 젊은 작가들, 평창에서 평화를 이야기하다-자연, 생명, 평화의 세계를 위하여’다.

기획위원장을 맡은 서울대 방민호 국문과 교수는 1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림픽 정신과 문학의 교차점을 마련해보자는 뜻”이라며 “진리나 아름다움은 단지 어느 구역, 부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통적이고 보편적인 정신이라는 데 바탕해서 문인들이 평화를 주제로 이야기해 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오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리는 개막식에선 소설가 김연수가 기조발표를 맡는다. 김 작가는 ‘평화를 두려워하지 않기’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펜은 칼보다 강하지 않다”고 역설하면서, 문학은 나약하기에 언제나 평화를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또 다른 기조발표자인 터키 작가 하칸 귄다이가 연사로 나서 평화로 가는 세 단계와 함께 ‘연민’을 바탕으로 고통을 이야기하는 것의 중요함을 강조한다.

20일 서울대 두산인문관과 21일 평창 한화리조트에서 국제인문포럼의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된다. 섹션은 ‘분쟁 혹은 분단’, ‘여성 혹은 젠더’, ‘빈곤’, ‘언어와 문화다양성’, ‘자연과 생태’, ‘지역과 세계’ 등 6가지다. 주목되는 주제와 발표를 꼽아봤다.

■분쟁과 분단을 넘어 평화로

‘분쟁 혹은 분단’을 주제로 한 섹션에선 소설가 장강명과 함께 바기프 술탄르(아제르바이잔), 리카르도 차베스(멕시코), 칼레드 흐룹(팔레스타인), 후인 쫑 캉(베트남), 아베 마사히코(일본) 등 해외 작가들의 발표가 이어진다. 아제르바이잔과 팔레스타인, 베트남 등 전쟁으로 직접적인 고통을 경험한 국가의 작가들의 목소리로 평화의 의미를 숙고할 수 있는 자리다.

바기프 술탄르는 소련 붕괴에 따라 북부와 남부로 갈린 아제르바이잔의 상황을 한반도와 비교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문학을 통해 전쟁을 방지한 경험이 없을지라도, 연대와 공감의 인간성으로 평화로 나아가기 위한 문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칼레드 흐룹은 가자 지구에서의 ‘봉쇄된’ 오늘날의 삶을 다루면서, 그 속에서도 존엄과 자부심을 잃지 않는 인간성의 의미를 전한다.

■일본군 위안부와 베트남 전쟁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베트남전의 경험이 교차되며 전쟁 뒤 우리에게 남겨진 문제를 묻는다. 김숨 작가는 ‘여성 혹은 젠더’ 섹션에 발표자로 나서 위안부 문제를 다룬 자신의 소설 <한 명>을 통해 ‘돌아오지 못한 여성들’의 문제를 조망한다. 발표문은 “무슨 말을 해야 될 지. 말이 생각이 안나요…전쟁을 하는 시대에서 과거에 당했던 분들께 너무 미안(하다)”는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베트남 전쟁 피해여성에게 전하는 말로 맺는다.

이 자리엔 베트남 출신 작가 후 인 쫑 캉도 참여해 베트남의 근현대사에 새겨진 전쟁의 상흔을 이야기한다.

■빈곤의 구역화, 경계를 깨는 연대

‘빈곤’ 섹션에선 영국 작가 벤 클라크가 ‘가난한 사람의 집’이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전한다. 자신이 태어난 스페인 이비자 섬이 가난한 섬에서 갑자기 전 세계 부가 집중되는 곳으로 변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나이지리아 작가인 콜라 투보순은 ‘언어의 박탈’로 문화적 상상력의 빈곤 문제를 짚는다. 그는 ‘또 다른 종류의 빈곤 격차: 언어다양성의 침식’ 발표에서 아프리카에 존재하는 다양한 토착 언어들이 식민화와 영어 공식화로 공식 지위를 박탈당한 사정과 그 복권 활동을 소개한다.

언어와 관련해, 한강의 연작소설 ‘채식주의자’를 번역해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공동 수상한 데버러 스미스(영국)는 ‘언어와 문화다양성’ 섹션에서 채식주의자 영문판 오역 논란에 대해 “번역은 경쟁이 아니라 ‘다르게 실패함’을 즐길 수 있는 ‘즐거운 예술’”이라는 논지로 자신을 향했던 비판에 입장을 밝힌다.

■일본 3·11과 한국의 4·16

2011년 3월 11일 일본 대지진은 원전의 위험성을 넘어 대재앙 속의 국가, 인간과 생태에 대한 근본 물음을 던졌다. 일본 시인 고이케 미시요는 ‘자연과 생태’ 섹션에서 3·11 이후 쓴 시 <점막>을 소개한다. 그는 그러면서 자신의 문학적 세계가 ‘공허’로 찼다고 말하면서 “그런 의미에서 저 자신이 살며 느끼는 ‘지금’이라는 순간만을 믿고 있는 셈”이지만, 시를 통해 타인과 손을 잡고 나아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시인 신칠규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을 말하면서 무관심과 무차별을 넘어 ‘함께 봄/양심’을 익힐 때 가능한 슬픔에 대해 말한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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