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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더 나은 세계, SDGs] (15) 우리가 귀기울이지 않는 북극과 남극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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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곳곳이 이상 기후로 신음하고 있다.

세계일보

미국 동부지역의 한파와 폭설을 예보한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홈페이지 화면.




미국은 남부 플로리다주(州)부터 북부 메인주까지 동부 전역이 폭설과 한파로 꽁꽁 얼어붙었다. 특히 지난 6일 뉴햄프셔주 마운트 워싱턴의 기온은 영하 38도까지 내려갔다. 현재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메인·뉴햄프셔·버몬트·매사추세츠·로드아일랜드·코네티컷 등 동부 6개주는 이번주에만 1피트(30.48㎝) 이상의 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되었으며, 예상 기온은 영하 20도, 체감온도는 영하 30~40도에서 최대 70도에 이를 것으로 발표되었다. 이번 혹한으로 현재까지 미국에서 집계된 사망자만 2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과 한국, 중국도 강추위를 피하지 못했다. 유럽은 지난 8일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코스트로마의 기온이 영하 41도까지 내려가는 등 120년 만의 한파를 겪고 있으며, 한국도 지난 4일 서울이 영하 8도, 강원 춘천이 영하 13도 등 올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기록하며 중부에 한파특보가 발효되었다. 중국 역시 지난주 동부와 중부뿐 아니라 남부 광둥성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한파가 몰아치고 폭설이 내려 큰 피해를 겪고 있다. 현지 중앙기상대는 지난 4일부터 안후이성에 내린 눈으로 2억6000 위안(한화 약 2074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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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사막에 40㎝의 눈이 내린 모습을 보도한 영국 메트로의 1월10일자 기사 속 사진.


지난 7일에는 북아프리카 알제리 서부 사하라 사막에 눈이 내렸다. 사하라는 지난 40년간 2차례 눈이 내린 것으로 기록될 정도로 드문데, 일반적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더운 지역에 속하며 이번처럼 40㎝의 적설량을 보인 것은 처음이다.

이번 이상기후 현상은 한파와 폭설에 국한되지 않는다. 동남 아시아는 태풍의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지난 4일 베트남 호치민 동북동 510㎞ 부근 해상에서 올해 1호 태풍 ‘볼라벤’이 발생하였고, 지난달 14일과 21일에는 각각 지난해 26호 태풍 ’카이탁’과 27호 ‘덴빈’이 발생하였다. 지금까지 겨울철 3개월 동안 평균 1.6개 태풍이 발생했던 것에 비하면 늘어난 셈이다.

남반구 호주는 160년 만에 찾아온 폭염으로 고통받고 있다. 지난주 시드니 교외인 펜리스는 기온이 47.3도까지 올랐으며, 시드니와 멜버른을 연결하는 고속도로에서는 아스팔트가 녹아내리는 광경이 펼쳐졌다.

기상 전문가들은 북미와 유럽의 강력한 겨울 폭풍은 ‘폴라 보텍스’(Polar Vortex)로 인한 ‘북극 진동’(Arctic Oscillation·AO)의 짧아진 주기 때문이고, 동남아의 태풍은 라니냐로 인한 ’남방 진동’(Southern Oscillation·SO) 때문인 것으로 각각 보고 있다.

폴라 보텍스는 북극과 남극 등 극지방 성층권에 형성되는 영하 50~60도의 차가운 저기압성 편서풍으로, 보통은 1만m 상공에서 강한 제트 기류가 폴라 보텍스를 감싸며 붙잡고 있어 극지방에서만 맴돌게 된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로 극지방 기온이 올라가 제트 기류가 약해지는 바람에 폴라 보텍스 즉 북극의 차가운 공기가 남하하게 되고, 이로 인해 이상기온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폴라 보텍스의 남하는 2010년부터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AO는 극지방과 중위도 지방의 기압 차이가 수십년을 주기로 유지되면서 지구 한랭 기온의 강약을 조절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이 기압 차가 오랜 시간 유지돼 찬 공기가 중위도 지방에 유입되는 것을 막지만, 그 차가 줄게 되면 극지방을 감싸고 있는 제트 기류가 약해져 북극 한파가 남쪽으로 내려오게 된다. 수십년을 주기로 기압의 강약을 조정하던 AO는 최근 들어 그 주기가 매우 짧아졌는데, 전문가들은 이 역시 지구 온난화가 주된 원인으로 대부분 분석하고 있다.

폭염도 이러한 이상 한파와 맞닿아 있다. 지구 온난화로 서태평양 일대 ‘웜풀’(표층수온이 29도 이상인 바다)의 온도가 올라가고, 여기서 밀려난 찬 해수가 동 태평양으로 이동하면서 동·서태평양 사이의 수온 격차가 급격히 커져 지구촌 폭염의 주요한 원인으로 밝혀진 ‘슈퍼 엘니뇨’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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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인근 북극의 모습.


지구 온난화로 가장 큰 변화를 맞은 곳은 극지방이다. 20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북극과 남극은 인류가 정복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로 여겼다. 북극은 북위 66.33도 이북 또는 영구 동토층의 한계선을 지칭하는데, 지구 지표의 약 6%인 약 2100만㎢의 면적에 이르는 북극해 지역을 말한다. 여름 평균기온이 0도 안팎이며, 겨울은 영하 35~40도인 곳이다. 남극은 남위 60도 이남인데, 면적은 한반도의 약 60배(1350만㎢)로서 지구 전체 육지 면적의 10%에 달하는 광범위한 지역이다. 남극 전체 표면의 98%는 평균 두께 2160m의 만년빙으로 덮여 있고, 한겨울 평균 온도가 영하 70도까지 내려간다. 북극과 남극에 사람이 살 수 없는 이유는 이렇다.

하지만 북극 전체 해역 면적의 53%를 차지하는 대륙붕에는 전 세계에서 미발견 석유의 13%, 가스는 30%에 달하는 등 막대한 양의 화석연료와 광물자원이 매장되어 있고, 북극해와 북태평양을 포함한 인근 어장의 연간 어획량은 전 세계의 약 40%에 이르는 등 풍부한 어족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남극 역시 각종 자원이 풍부하고, 지구 담수의 90% 이상이 이곳에 미네랄이 많이 함유된 얼음 형태로 보존되어 있다.

이러한 까닭에 아이러니하게도 지구 온난화가 진행돼 극지방의 빙하가 녹는 것을 오히려 반기는 이들도 많다. 에너지 및 석유 회사, 자원이 부족한 정부는 극지방 개발의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또한 최근 중국 최대의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Ctrip)은 88만위안(한화 약 1억5000만원)에 달하는 남극 여행상품을 출시하며 단 하루 만에 30명의 관광객을 모집하는 데 성공했다.

IPCC(정부간 기후변화 패널)가 2013년 발표한 5차 보고서를 통해 금세기 말 북극 해빙의 면적이 1970년대 후반 대비 최대 94%까지 좁아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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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남극에서 황제펭귄들이 군집한 모습.


여러 전문가는 만일 기상이변과 지구 온난화 등으로 북·남극의 얼음이 모두 녹는다면 지구 해수면이 약 60~80m 상승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때가 오면 폴라 보텍스나 AO, 슈퍼 엘니뇨 등으로 각종 한파와 폭염 등 이상기후 현상을 예측하는 일 자체가 의미가 없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인류의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김정훈 UN지원SDGs한국협회 사무대표 (unsdgs@gmail.com)

*이 기고는 유엔경제사회이사회 특별자문기구인 UN지원SDGs한국협회와 세계일보의 제휴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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