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0 (목)

日아베, '노벨평화상' ICAN 면담 거절한 까닭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2017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핵무기폐기국제운동의 베아트리체 핀 사무총장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일본을 방문 중인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의 베아트리체 핀 사무총장과의 회담을 거절했다고 15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세계 유일의 원폭 피해국가면서도 유엔(UN) 핵무기금지조약에 참가하지 않은 일본 정부로선 이번 만남이 껄끄러울 수 밖에 없어, 일부러 거절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핀 총장은 전일 외무성으로부터 아베 총리의 일정 상 면담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오는 18일까지 일주일간 일본에 머무르는 핀 총장은 지난해 12월부터 내각부를 통해 아베 총리와의 면담을 계속 요청해왔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일정 형편 상 어렵다"고 거절 사실을 확인했다. 핀 총장은 이번 면담에서 일본 정부의 핵무기금지조약 참가 등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현재 유럽지역을 순방중인 아베 총리는 17일 귀국할 예정이다. 일정상 충분히 조율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같은 일본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는 ICAN측과의 면담을 통해 일본의 핵무기금지조약 불참과 핵무기에 대한 이중적 접근이 재차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시아경제

유럽지역을 순방중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간 일본 정부와 아베 총리는 국제사회에서 피폭의 참상 등을 강조하며 비핵화의 중요성을 외쳐왔으나, 정작 작년 7월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핵무기금지조약에는 참가하지 않아 거센 비판을 받았다. ICAN의 노벨평화상 수상 당시에도 일본내 시민단체들이 즉각적으로 환영 입장을 발표한 것과 달리, 침묵을 지키다 이틀이나 지난 후 논평을 내놨다. 외무성 관계자는 "내부 조정에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으나, 주요 외신들은 "북한의 핵 도발을 이유로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는 일본 정부로선 딜레마가 크다"고 꼬집었다.

핀 총장은 이날 오전 원폭 피폭지인 히로시마(廣島) 평화기념공원을 찾아 위령비에 헌화했다. 이어 원폭 자료관을 방문해 "희로시마는 희망의 도시이며 ICAN은 핵무기의 폐기를 위해 여러분과 함께 힘을 다할 것"이라고 적었다. 피폭자인 오구라 게이코씨와 만남도 가졌다. 16일에는 도쿄에서 주요 정당 간부들과 토론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2007년부터 비핵화 활동을 해 온 ICAN은 지난해 핵무기 전면 폐기와 개발 금지를 목표로 하는 유엔(UN) 핵무기금지조약 채택에 결정적 역할을 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한편 유럽 6개국을 순방 중인 아베 총리는 이날 '일본판 쉰들러'로 불리는 스기하라 지우네 전 리투아니아 주재 일본 총영사의 기념관을 방문해 "세계에서 스기하라씨의 용기있고 인도적인 행동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일본인으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위안부 등 자국의 과거사를 직시하지 못하고 외면하는 아베 총리가 독일 정권의 유대인 학살에 맞섰던 일본인을 기리는 것은 이중적인 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