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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국제기구 선거까지 개입"…국가기록원 블랙리스트 이렇게 실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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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세종시 소재 행정자치부 산하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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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기록관리혁신TF'가 15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정부가 기록전문가들 중 '진보 좌파'로 분류된 20명의 명단을 관리하면서 차별ㆍ배제했다는 정황이 드러나 있다.

우선 TF는 2016년 5월 서울에서 개최된 국가기록물총회(International Council on Aachives)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당시 박동훈 국가기록원장이 "문제 위원 8개 위원회 20명을 단계적으로 교체 추진하겠다"고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보고한 문서(2015년 3월 26일자)를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일부 직원(주로 연구직)과 외부 진보좌편향 인사와 네트워크 형성으로 국가기록관리가 정부 정책에 반하는 방향으로 추진됐다"며 대대적인 조직 개편 방안이 담겨 있다. 22개 위원회ㆍ협의회 위원 1095명 중 8개 위원회 소속 '문제 위원' 20명에 대해 "향후 임기 도래시 단계적으로 교체 추진한다"는 계획이 핵심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을 기록전문요원 시험 위원, 각종 민간 위탁 사업시 발주업체에 대해서도 문제 위원이나 업체는 배제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그러면서 기록원은 "ICA 총회 관련 문제있는 준비 위원 3명을 이미 교체했다"고 보고했다. "일부 문제교수가 주도하는 기록관리계에 대한 쇄신이 필요하다"며 930개 기관 3000여명, 22개 관련 위원회 1000여명 의원 등을 국가기록원 중심으로 조직화하겠다는 계획도 들어 있다.

기록원의 같은 해 10월22일자 현안 보고 서류에도 블랙리스트 존재 정황이 담겨져 있다. 이 서류에는 당시 국제기록기구회의(ICA) 동아시아 지역 지부(EASTICA)가 이상민 현 한국기록전문가협회장을 사무총장으로 선출하려는 것을 저지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록원은 "10월13일 EASTICA 총회에서 신임 사무총장으로 문제인사인 '이상민' 선출 시도(2016년 ICA서울총회 방해 차원)가 있었으나 한ㆍ중ㆍ일 국가기록원장 회의를 통해 저지했다"고 보고했다.

TF는 이와 함께 ICA총회 준비를 담당했던 기록원 담당 과장으로부터 "국가기록관리위원회 위원 1명이 특정인 4명을 준비위원회에서 반드시 배제하라고 요청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공개했다.

이에 따라 TF는 박동훈 당시 국가기록원장을 수사 의뢰하도록 김부겸 행안부 장관에게 권고하고 감사원의 감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같은 블랙리스트 존재 의혹에 대해 박 전 원장과 기록원 직원들은 "그런 명단은 본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TF와의 면담에서 해당 보고서에 '문제 위원 20명'이라는 언급이 있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과 실행 실적, 배경 등은 기억이 안 난다. 구체적으로 실천된 내용은 하나도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상민 한국기록전문가협회장은 "당시에도 제자ㆍ지인ㆍ동료 등을 통해 리스트에 올라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나중에 예정돼 있던 강의나 강연이 갑자기 취소되는 일이 잦았다"며 "실행된 것이 없다고 주장하는데, 국가기록원장이 쫓아가서 국제기록기구회의 동아시아지부 (EASTICA) 사무총장 선거에 까지 개입한 것을 보면 뻔뻔한 변명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반박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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