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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보험가입 힘든 가상화폐 거래소…저축은행 사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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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 말 가상화폐 거래소 개설을 앞둔 A씨는 최근 만일의 사고를 대비해 보험사의 사이버보험 상품 가입을 알아봤지만 결국 포기했다. 보험사가 요구하는 서류 조건도 무척이나 까다롭고 겨우 상품 가입을 신청했지만 절차가 지지부진하는 등 계약 체결이 지연됐다. A씨는 "보험사가 요구하는 정보를 빠짐없이 전달했지만 결과적으로 계약이 거부됐다"며 "금융기관으로 인정 받지 못하는 현재 거래소 상황으로선 앞으로도 보험 가입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의 피해자 구제책은 거래소의 보험 가입을 통한 보험금 지급이나 거래소 자체 보상이 유일하다. 다만 국내 보험사들은 가상화폐 거래소가 당국으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는 등 금융기관으로서 정체성이 불분명하고 안전성과 신뢰성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보험 가입을 꺼리고 있다.

보험에 가입했더라도 피해 보상액(보험금)이 터무니없이 적어 피해금액을 보장하긴 역부족이다. 지난해 12월 해킹사고로 사상 초유의 파산 선고를 번복한 가상화폐 거래소 '유빗'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유빗은 파산 선고를 통해 해킹으로 사라진 코인의 규모만 당시 시세 기준 170억원이라고 밝혔지만 보험사의 상품 가입에 따른 보상한도액은 30억원에 불과했다. 결국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피해 발생 시 구제책이 없어 과거 저축은행 사태가 또 한 번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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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해킹 피해로 파산절차에 들어간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유빗 사무실에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업체 측의 설명을 듣겠다며 항의 방문하고 있다./연합뉴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는 금융업이 아닌 통신판매업으로 구분되고 있다. 사업자등록증 만으로 구청 등에 신고하면 영업을 개시할 수 있다. 다만 거래소는 통신판매업이 적용돼 서버 다운이나 해킹 등 피해가 발생해도 예금자보호법(최대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 등으로 보호되지 않는다. 결국 보험 가입과 자체 보상 만으로 피해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 거래소 중 보험을 가입한 곳은 손에 꼽힌다. 국내 3대 가상화폐 거래소로 꼽히는 '빗썸'과 '코인원' 등 두 곳 뿐이다. 빗썸은 지난해 10월 현대해상 '뉴사이버종합보험'과 흥국화재 '개인정보유출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했고 코인원은 이보다 앞서 같은해 8월 거래소 최초로 현대해상 '사이버배상책임보험'에 가입했다. 현재 보험사 보상 절차를 진행 중인 '유빗'도 같은해 12월 DB손해보험의 '사이버종합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한 바 있다. 이 외 나머지 20여 개 가상화폐 거래소는 보험 가입이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없이 영업하고 있다. 거래소 자체 보상 만이 유일한 피해자 구제책이란 소리다.

무엇보다 보험 가입 거래소들의 보상 금액도 해킹 등에 따른 피해금액의 반도 안된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규모는 현재 3조원에 육박하지만 '빗썸'과 '코인원'의 보상한도는 각각 60억원과 30억원 수준이다. '유빗'도 30억원의 보상한도액으로 최근 보험사고 접수를 완료했다.

국내 한 보험사 관계자는 "과거 저축은행 사태로 인해 보험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며 "금융당국의 관리 하에 있던 저축은행도 부실로 어려웠는데 가상화폐 거래소는 당국의 손길에도 벗어나 있어 가입 신청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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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가상통화 관련 은행권 현장점검 배경설명과 투기 위험성 경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봉준 기자 bj35sea@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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