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2 (토)

달러의 아이러니! 美 경기개선에도 가치 하락...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美 금리상승 가능성 높아지는데 달러 오히려 하락…유로·엔화로 투자자금 몰린 여파 ]

머니투데이

미국 경기 개선세가 뚜렷해지고 있는데도 미 달러 가치가 오히려 하락하며 달러 강세에 베팅한 투자자들을 당황하게 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로·엔화 투자가 급증한 데다 미 세제개편까지 달러 가치를 끌어내려 올해 달러 약세에 가속이 붙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지난 12일 주요 6개 통화(유로·엔·파운드·캐나다 달러·스웨덴 크로나·스위스 프랑)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ICE달러지수가 3년 저점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10% 떨어지며 2003년 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한 달러지수가 올해 들어서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주 달러 약세는 미 물가 지표가 개선되고 미 국채 금리가 수개월 고점으로 오른 상황에서 초래됐기 때문에 더 눈길을 끈다. 일반적으로 달러 강세를 불러 오는 재료들이 영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전세계 경기 호황 속에 달러가 냉대를 받고 있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유로 및 엔화 표시 자산으로의 자금 유입이 이 같은 달러 약세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정상화 기대감에 달러 대신 이들 통화로 돈이 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ECB와 BOJ는 이미 기준금리 인상에 착수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비해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늦다. ECB는 이번 달에야 양적 완화를 위해 실시했던 채권 매입 규모를 줄이기 시작했고, BOJ는 아직 통화부양책 축소에 나서겠다는 뚜렷한 신호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전세계적인 경제 회복세가 뚜렷해지자 ECB와 BOJ가 통화긴축을 더 미루지 못할 것이란 기대로 연결됐다. 지난주 BOJ가 장기채권 매입을 줄이기로 한 결정이 엔화 급등으로 연결된 점도 시장의 이 같은 기대를 보여준다. 키트 쥬크스 소이에떼제너럴 투자전략가는 "일본과 유럽 등 통화정책이 정상적인 상황에서 가장 먼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가장 많이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올해부터 적용되는 미 세제개편이 달러 약세 촉매가 되리란 관측이다. 세제개편으로 미 정부 재정적자가 확대되면 국채 발행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골드만삭스는 미 재정적자가 지난해 회계연도 말(2017년 9월) 6640억달러GDP(국내총생산의 3.4%)에서 2019년 회계연도 말 1조달러(GDP의 5%)로 확대될 것이라 내다봤다.

일각에선 미 기업의 해외 수익에 대한 과세 부담을 낮추는 내용을 담은 세제개편안이 미 기업의 본국 송금을 늘려 달러 강세를 촉발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전망했지만, 이런 전망이 어긋나는 추세다. 지난달 잠시 줄었던 선물 시장의 달러 약세 베팅은 최근 몇주간 다시 증가해 왔다.

달러의 완만한 추가 하락은 미국의 기업들에게 환영받을 수 있다. 해외시장 가격경쟁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WSJ는 "일부 투자자들은 달러의 추가적인 하락이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며 "달러가치가 급락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빨리 높아져 통화정책 당국과 투자자들을 곤혹스럽게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