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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트럼프의 '거지소굴' 인종주의 발언 두고 논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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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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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지소굴(shithole)’ 발언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미와 아프리카 국가들을 거지소굴이라고 불렀다는 보도를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인종주의자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지지층 결집을 위해 의도적으로 인종주의적 발언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난 인종주의자 아니다” 대 “친구들에게 자랑까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거지소굴 발언이 알려진 후 국제적으로 인종주의 비판이 이어지자 14일(현지시간) 직접 해명에 나섰다. 그는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와 만찬을 하기 전 기자들에게 “나는 인종주의자가 아니”라고 직접 진화에 나섰다. 그는 “인종주의자라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난 인종주의자 아니다. 난 여러분이 인터뷰한 사람 중 가장 덜 인종주의적인 사람이다. 그것에 내가 여러분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라고 답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상원의원 6명 중 한 명인 공화당 데이비드 퍼듀 상원의원도 이날 ABC 방송에 출연해 “대통령은 그 말을 하지 않았다. 중대한 와전”이라며 “얼마나 여러 번 이 말을 반복해야 하느냐”며 트럼프 대통령의 거지소굴 발언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반대 증언도 나왔다. 보수 성향의 정치평론가 에릭 에릭슨은 이날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 발언을 한 뒤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그에 대해 떠벌리며 자랑했다고 하던데, 정작 그 방에 있던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 표현을 썼는지 기억 못 한다고 하니 참 기이한 일”이라고 썼다. 그는 “나는 그 친구 중 한 명과 이야기를 나눴다”며 “대통령은 그게 지지층에 먹힐 것으로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지소굴 발언을 한 후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백인 지지층에게 인종주의적 발언이 먹힐 것이란 말까지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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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 보도와 딕 더빈 민주당 의원의 확인

논란의 시작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공화·민주당 상원의원들과의 이민법 관련 논의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논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이티와 엘살바도르,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해 ‘거지소굴’ 같은 국가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도 다음날인 12일에도 트위터에서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다카) 회의에서 나에 의해 사용됐다는 언어는 거칠다”며 “그러나 이는 내가 사용한 언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회의에 참여했던 딕 더빈 민주당 의원은 그러나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언론 보도에 나오는 대통령 발언을 봤는데, 부정확한 기사를 읽은 적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거지소굴 발언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발언하는 과정에서 증오에 찬, 비도덕적이고 인종차별적인 말을 했다”며 “백악관과 대통령 집무실 역사에서 어제 내가 들었던 것과 같은 말을 했다는 대통령을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UNOHCHR)도 “미국의 대통령이 충격적이고 부끄러운 발언을 했다”며 “유감이지만 그를 부를 수 있는 말은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단어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루퍼트 콜빌 고등판무관실 대변인은 성명에서 “백인이 아니고, 그래서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와 대륙을 ‘거지소굴’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칭했다.

재신더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15일 뉴질랜드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나라와 국민을 모두 지칭하고 있으므로 우리도 그렇게 불리면 굉장한 모욕감을 느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모욕적이라고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가짜뉴스’ 공격하며 화제 돌리기(?)

인종차별 논란이 커지는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 대상으로 선택한 매체는 워싱턴포스트가 아니라 월스트리즈저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 신문이 인터뷰 발언을 잘못 소개했다며 가짜뉴스라고 공격했다. 신문이 지난 11일 인터뷰에서 “나는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보도한 자신의 발언이 잘못 전달됐다는 것이다. 그는 트위터에서 “월스트리트저널이 내가 ‘나는 김정은(북한의)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I have)’고 그들에게 말했다고 잘못 보도했다”며 “나는 명백히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나는 ‘나는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갖게 될 것(I’d have)’이라고 말했다. 큰 차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요즘 기자들과의 대화를 녹음한다”며 “그리고 그들은 내가 어떤 말을 했고 그 의미가 뭔지 정확히 알았다. 그들은 단지 기사를 원한 것이다. 가짜뉴스”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트위터에서 “외부 서비스로 제공받은 녹취록과 함께 녹음기록을 검토한 결과 우리가 보도한 내용을 고수하기로 했다”라며 역시 해당 녹음기록을 공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양측간 공방을 소개하며 “녹음을 들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아이(I)’라고 했는지 ‘(아이 우드(I’d)‘라고 했는지 분간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워싱턴|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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