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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서울집값 양극화 르포]강남 학군과 투기의 난리블루스‥정책은 헛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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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난해에 이어 서울 부동산 시장이 정부의 대책에도 아랑곳 없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3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업소 밀집상가에 부동산 매매 및 전월세 가격이 붙어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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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안 그래도 비싼데"…재건축·똘똘한 한 채 등 '기름 부었다'
"부르는 게 값" 비상식적 호가에도 실거래…또 뛰는 호가 '반복'
"어디서부터 손대야하나"…장기적 안목서 수요·공급 근본적 해결 필요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 부동산 중개업소. 문을 연 곳을 찾기 힘들었다. 불은 켜뒀지만 문이 잠긴 채 인기척이 없거나 아예 불을 끄고 문을 닫은 곳도 많았다.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일대 중개업소 상황도 마찬가지. 끝을 모른 채 치솟는 강남 등 과열 지역에 대한 정부의 고강도 단속 예고 때문이었다. 이 일대 부동산들은 그러나 이같은 조치 역시 '그때 뿐'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대치동 A중개 관계자는 "이곳 부동산 대부분이 지난해 6월 6·19 대책 발표 직후부터 정부 단속 얘기만 있으면 문을 닫았으나 그때도 전화 문의 등은 받아왔다"며 "그때부터 지금까지 집값 오름세만 놓고 봐도 단속으로는 효과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강남 부동산이 펄펄 끓고 있다. 누가 봐도 비상식적인 움직임이다. 그러나 의외로 시장이 지적하는 원인은 단순했다. '이렇게 올라도 공급 대비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15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1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값은 전주 대비 0.57% 올랐다. 8·2 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해 7월 말 수준으로 상승률이 회귀한 것이다. 원인은 역시 강남이었다. 평균(0.57%)보다 높은 5곳 가운데 송파(1.19%), 강남(1.03%), 서초(0.73%), 강동(0.68%) 등 강남 4구가 들어갔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는 지난해 9월 초 전용면적 76㎡ 기준 15억원 전후에 거래됐으나 '50층 재건축' 허용 후 급등세를 보이며 최근 실거래가는 18억5000만원을 찍었다. 4개월 만에 3억5000만원 가량 뛴 것이다. 잠실동 B 중개 관계자는 "전용 76㎡의 호가는 이미 19억원 선을 넘어섰다"며 "매물은 3~4개로 많지 않지만 문의는 끊임이 없다"고 말했다.

◆"강남, 안그래도 비싼데"…재건축·똘똘한 한 채 등 '기름 부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강남 재건축이나 고가 아파트에 대한 매수 심리가 상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강남은 기존에도 잘 갖춰진 교통망과 주거·업무·상업·여가시설 집중 등으로 아파트 값에 프리미엄이 있었는데, 최근 재건축 이슈 등으로 평소 대비 더 큰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지난주 상승률은 1.17%였다. 주간 기록으로 2006년 11월 둘째 주(1.99%) 이후 최고치다.

최근 이상 급등 현상은 시중 유동 자금이 여전히 강남 부동산 시장을 매력적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주가 급등, 가상화폐 열풍 등이 사회 현상으로 번지고 있지만 이들은 고수익을 위한 고위험을 감수해야하는 반면 최근 강남 부동산은 안전자산이면서 고수익을 담보하고 있다는 논리다.

다주택 보유자들의 '똘똘한 한 채' 신드롬 역시 강남 집값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서울 압구정동 C 중개 대표는 "현재 초고가인 용산구 한남 더힐에 살고 있는 수요자가 '똘똘한 한 채'를 갖기 위해 압구정동 물량을 구매한다든가, 분당 등에 다주택을 보유한 수요자가 이를 정리하고 강남권 구매를 위해 문의를 하는 식"이라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압구정 신현대 115㎡는 연말 23억7000만원에서 연초 24억3000만원, 지난주 24억5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르는 게 값"비상식적 호가에도 실거래…또 뛰는 호가 '반복'= 최근 강남 부동산 수요는 '전국구'다. 원래부터 '전국구 큰 손'들 관심의 대상인 곳이었으나 최근 들어 관심이 더욱 커졌다. 압구정동 D 중개 대표는 "최근 수원 등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에서 문의가 급증했다"며 "세종시 보상을 받은 수요자가 세종시에서 매매할까 하다가 강남 재건축이 괜찮다고 해서 선회한 케이스 등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수요가 들끓다 보니 '부르는 게 값'이 된다는 거다. 비상식적으로 높은 호가임에도 많은 구매 희망자 가운데 누군가는 사게 되고, 이게 다시 실거래가 기준이 돼 더 높은 호가를 부르는 형국이라는 설명이다. D 중개 대표는 "압구정동의 경우 신·구현대아파트 모두 합쳐 6000가구 가량 되는데 이 중 매물은 10가구도 안된다"며 "집 하나 보려면 대기가 열댓명인 것은 비일비재하고, 매물이 있다 하면 확인도 하지 않고 계약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강남구 래미안대치팰리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물이 워낙 없지만 하나만 거래돼도 실거래가로 확인된다"며 "그럼 그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5000만원씩 호가가 뛴다"고 말했다. 매물 품귀현상에 중개업자들 사이에서도 경쟁이 붙어 '우린 얼마까지 받아주겠다'는 식의 호가 부풀리기가 성행하고, 공급자는 '눈만 뜨면' 올라 있는 주변 시세에 계약금을 돌려주고 계약을 파기하는 경우도 생긴다는 것이다.

◆"어디서부터 손대야하나"…장기적 안목서 수요·공급 근본적 해결 필요= 전문가들은 강남 집값이 이같이 비정상적으로 뛰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고강도 단속도, 더 센 규제도 큰 의미를 갖지 못할 거라고 입을 모은다. 이미 강남 주요 지역 '대장 매물'들은 현금을 보유한 부자들 사이 '그들만의 리그'에 접어들었다는 설명이다. A 중개 관계자는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선 이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에도, 보유세 개편에도 그보다 강남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며 "강남 공급량 증가 등 근본 원인을 잡지 않고 계속되는 단속, 억제로는 해결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와 공급 양 측면에서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공급 면에선 서울 시내 공공택지 개발 구체화와 강남 안에서도 안정적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수요 면에선 양극화 심화에 따른 현상이 부동산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단기적 규제보단 장기적 안목에서 소득 격차 해결, 교육 및 지역 인프라와 함께 접근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남뿐 아니라 서울 시장 안에서도 정부 의도와 다르게 자산가 말고는 시장진입이 힘든 구조이므로 경직돼 있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가격과 거래가 함께 상승하는 시장인지에 대한 진단 역시 병행돼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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