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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강레오의 한 입] 차가운 환상의 맛 여수 삼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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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삼치는 5~6월께 잡히는 봄 삼치와 12~1월에 잡히는 겨울 삼치로 나뉜다. 잡히는 양을 보면 봄보다는 겨울이 더 많다. 희소가치 때문인지 산지에서는 봄 삼치가 겨울 삼치보다 귀한 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나의 취향은 겨울 삼치다. 내 입맛엔 기름이 좀 더 많은 겨울 삼치가 더 고소하고 맛있다.

삼치는 크기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달라진다. 보통 시장에서 보는 고등어보다 조금 큰 사이즈 삼치를 여수에서는 '고시'라고 부르고 조금 더 큰 사이즈인 고등어의 2.5~3배 사이즈 삼치는 '야나기', 5㎏ 이상 되는 대삼치를 '빳다'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여수 어부들의 용어다. 내가 처음 삼치회를 맛본 건 2007년 12월 전남 여수에서였다. 중앙 선어 시장 경매에서 대삼치를 마주하고 일단 사이즈에 압도됐다. 무게 6~7㎏, 두터운 몸통은 어른 다리통만 했다. 일행과 일명 '빳다'라는 삼치를 맛보기 위해 교동시장 연등천 포장마차 거리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내내 의구심이 들었다. '회를 왜 포차에서 먹지? 깨끗한 횟집에서 먹으면 안 될까?'라는 생각이었지만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람들에게 떠밀리듯 포차로 향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날은 정말 추웠다. 이 정도 추위면 생선이 얼면 얼지 상할 리는 없을 거 같다는 생각에 일단 착석. "여기 삼치회 한 접시 주세요."

주문을 접수한 포장마차 사장님은 회를 뜨기 시작했다. 그렇게 완성된 삼치회 한 접시를 우리 앞에 내면서 심드렁히 내뱉은 한마디. "삼치 먹을 줄 아는가?"

좋지 않을까' 등 반신반의하면서 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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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은 먹는 방법을 알려준다며 친히 시범을 보였다. 우선 구멍이 숭숭 뚫린 돌김을 손바닥에 올리고 사장님의 비법이 담긴 스페셜 양념장을 찍은 양파 한 조각 그리고 그 위에 두툼한 삼치 한 점을 올린다. 그렇게 완성된 쌈을 나에게 내밀었다. '과연 삼치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을까' '그냥 간장에 고추냉이가 결과는 반전이었다. 고소하고 바삭바삭한 돌김, 아삭아삭한 식감의 달큼한 양파와 폭신하고 쫀득하면서도 시원한 삼치가 어우러지면서 입안에 침이 계속 돌았다. 혀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맛들의 밸런스가 너무나도 완벽했다. 눈앞이 갑자기 '쩡' 하고 맑아지는 느낌이 들면서 입가엔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내 표정을 본 사장님은 '거봐 겁나게 맛있지?' 하는 표정으로 덩달아 웃어보였다. 그때까지 난 단 한 번도 포장마차에서 이런 맛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해본 적이 없다. 10년이나 지난 지금도 난 삼치를 먹기 위해 여전히 그 포장마차를 찾는다.

[강레오 반얀트리 서울 식음 총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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