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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기고] 韓·美 무역수지 해석이 좌우할 FTA 개정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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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신승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


한·미 FTA 개정을 두고 양국 간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외관상 불공정한 규정이 출발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무역수지를 둘러싼 논쟁이 핵심이다. 미국 통계에 의하면 2016년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 적자는 277억달러이며, 지난해 1~11월 중 적자액은 216억달러다. 하지만 우리 통계에서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는 통관 기준으로 180억달러 흑자를 기록, 5년 만에 처음 200억달러 미만이 됐다. 우리가 미국산 셰일가스 도입을 늘리는 등 노력한 결과이다.

무역 적자 200억달러는 미국 재무부가 제시하는 환율 조작국 지정 기준 중 하나다. 그래서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는 양국 간 무역이 균형에 가까워졌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무역수지 적자의 크기와 감소 폭에 대한 양국의 주장이 달라 앞으로 협상장에서 긴장이 높아질 전망이다.

무역 통계에서 국가 간 불일치가 발생하는 원인은 세 가지다. 첫째, 수출과 수입의 금액 산정 기준이 다르다. 수출은 선적 시 물품 가격 기준인 반면 수입은 여기에 운임과 보험료를 더한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양국 간 거리가 멀수록, 보험료가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의 거래 비중이 높을수록 통계 차이가 커진다.

둘째, 통관 시점의 차이다. 한국과 미국의 경우 해상 운송에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연말과 연초에 통계상 불일치가 발생한다. 셋째, 수출과 수입 통계의 원산지 기준이 다르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는 수출은 최종 목적지를, 수입은 원산지를 기준으로 무역 통계를 작성한다. 일본 제품이 홍콩을 경유해 중국으로 재수출된 경우 일본은 대홍콩 수출, 중국은 대일본 수입으로 계상해 국가 간 통계가 달라진다.

해외 투자 확대와 본·지사 간 거래, 아웃소싱이 활발해지면서 통관 기준에 의한 전통적인 무역 통계 집계 방식의 정확성이 떨어지고 있다. 이는 무역수지 통계가 양국 거래관계를 완벽 반영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무역협정에서 자유로운 무역을 통한 경제적 효용 확대라는 본질적 목표에 더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미 FTA 개정 1차 협상이 마무리된 후 양국 간에 더욱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미국이 자국 통계를 기준으로 무역 불균형을 주장하더라도 우리는 양국 간 무역수지에 대한 우리 입장을 당당히 관철하고 나아가 확대 균형을 목표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 특정 품목 하나하나의 무역 불균형에 얽매이지 말고 경제 협력 확대라는 대국적 관점에서 통큰 해결 방안 도출을 기대해 본다.

[신승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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