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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검찰 속앓이… "적폐수사 앞장섰건만 이젠 토사구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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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기관 개편안]

공수처 출범땐 권한 더 줄어… 영장청구권은 계속 가질 듯

청와대가 14일 발표한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은 검찰 권한 분산이다. 직접 수사권을 갖고 기소 및 공소 유지(재판) 업무까지 독점하고 있는 검찰 권한의 상당 부분을 떼어내 경찰로 넘기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검경이 맞서온 수사종결권과 수사지휘권에 관한 큰 방향을 제시했다. 수사종결권은 수사 기관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마칠 수 있는 권한이다. 지금까지 수사종결권은 검찰만 갖고 있었다. 경찰은 수사를 시작하면 이를 자체적으로 마치지 못하고 사건을 검찰로 넘겨야 했다. 검찰은 또 경찰 수사 단계에서 지휘권도 행사해 왔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경찰이 1차 수사권을 행사하고 검찰은 경찰 수사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경찰에 보완할 수 있게 하는 2차 보충 수사를 하게 된다"며 "검찰이 지금처럼 (경찰 수사에) 애초부터 개입하는 것은 없어지게 된다"고 했다. 경찰이 검사 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해 재판에 넘겨야 할 사건만 검찰로 송치하고, 기소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자체적으로 사건을 종결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법조계 인사들은 경찰이 독립적 지위의 1차적 수사 기관이 되고, 검찰은 경찰이 송치한 사건의 기소와 공소 유지(재판)를 담당하고, 이를 위해 필요시 보충 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2차적 수사 기관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대로 되면 검찰의 직접 수사는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다만 검찰이 기업이나 고위 공직자 비리를 인지(認知)해 수사하는 특수 수사는 직접 수사가 가능하게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경찰도 향후 특수 수사를 활발히 하겠다는 방침이어서 검찰의 특수 사건 수사 총량도 축소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향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가 국회 의결을 거쳐 출범하면 검찰 권한은 더 줄어들 수 있다. 정부가 마련한 관련 법안에는 공수처가 고위 공직자나 판검사 등이 연루된 사건을 검찰과 동시에 수사할 경우 사건을 아예 넘기라고 검찰에 요구할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그러나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영장청구권 문제에 대해선 "개헌 사안이라 청와대 권한 밖"이라며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경찰은 "검찰의 영장청구권을 손대지 않으면 검찰 권한 분산은 공염불"이라고 하고 있다.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신청하는 체포·압수 수색 영장 등을 검사가 기각하면 수사가 어려워지고, 검찰이 이를 근거로 경찰 수사에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경찰이 공개적으로 반발할 가능성이 커 검찰도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쉽게 기각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검찰은 이날 공개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내부에선 강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 경찰의 무리한 수사가 제대로 걸러지겠느냐"며 "검찰이 그동안 정권이 원하는 '적폐수사' 한다고 전면에 나섰는데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한 느낌"이라고 했다.



[조백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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