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중국 내 암호화폐 거래 금지
중국인, 국내 거래소 송금 뒤 현금화
차이나타운 환전소가 창구로 이용돼
비트코인 이용한 신종 환치기도 성행
최근 국내 유망업체 인수·투자 기지개
경영진 교체 등 적극적인 개입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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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의 차이나타운인 서울 대림동 내 환전소. 일부 환전소는 환치기를 통해 뉴 차이나머니의 송금 통로로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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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차이나머니의 공습이 멈춘 것인가. 우리 경제의 은밀한 속살을 들춰버면 중국 자본의 영향력이 여전히 막대함을 단박 알 수 있다.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개칠 뿐이다. 특히 한·중 양국에서 각광을 받는 암호화폐의 등장으로 부정적인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과거엔 없었던 '뉴 차이나머니(new China money)'의 실태와 영향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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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간판이 즐비한 서울 대림동 차이나타운. 남정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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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라는 서울 대림동 차이나타운. 울긋불긋한 중국어 간판 일색인 골목길을 걷다보면 중국 동북부의 옌벤 조선족 자치주에 온 느낌이다. 중국동포를 상대로 한 여행사의 창문에는 "국적취득, H-2(방문취업) 비자 연장"이란 글귀가 써있다. 거리 한 귀퉁이에는 일자리를 소개하는 나무 게시판도 눈에 띈다.
음식점·여행사·직업소개소 등 뒤섞여인 거리 곳곳에서 의외로 쉽게 발견되는 게 있다. '환전소'라고 쓴 중국어 입간판이다. 얼추 세어보니 10여개 이상이다. 지난해 말부터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모습으로 국내에 쏟아져 들어온 '뉴 차이나머니'의 통로가 바로 이들 환전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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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에 위치한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고객상담센터. 지난 9일 정부가 암호화폐 규제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행인들이 시세가 적힌 전광판을 들여다 보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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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자 비트코인을 가진 중국인들이 이를 빗썸·코인원·코빗 등 국내 비트코인 거래소로 송금한 뒤 한국으로 들어와 현금화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온라인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탓에 중국 정부가 이를 단속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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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중국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를 막으면서 이 직후 비트코인 등을 통해 중국 자본이 국내로 쏟아져 들어왔다. |
감시와 규제가 어려운 탓에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는 불법 외환거래 수단으로도 쓰인다. 수법은 이렇다. 중국 내 환치기상이 한국으로 송금해 달라는 위안화를 받은 뒤 이를 이용해 암호화폐를 사들인다. 이 암호화폐를 국내로 보내 원화로 현금화한 뒤 이 돈을 의로인에게 전달하면 끝이다. 이렇게 이뤄지는 불법 외환거래가 한해 수백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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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서울 시내 고객상담센터에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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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우리에겐는 '차이나머니'란 제주도와 평창 등지의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국내 엔터테인먼트회사 등에 투자하는 중국 자본을 의미했다. 하지만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우선 한국을 포함해 해외의 부동산을 마구잡이로 사들이는 중국인의 행태가 확 줄었다. 2014년 99.1%에 달했던 중국인의 국내 부동산 보유 증가율은 이 때를 고비로 급격히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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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의 해외 자금 유출 규제로 지난해 제주도 부동산 경기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사진=최충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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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치 못한 중국 정부의 정책으로 타격을 입은 국내업체가 한둘이 아니다. "짓기만 하면 팔린다"던 제주도 건설경기가 특히 된서리를 맞았다. 12월 현재 미분양 주택은 1000채를 넘었다. 지난해 초부터 10월 말까지의 건설 계약 실적은 6221억에 불과해 전년도 같은 기간의 1조949억 원에 비해 43%나 줄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국내로 들어오는 차이나머니가 사라졌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한때 주춤했던 차이나머니의 인수합병(M&A)이 최근 들어 본격화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에는 (주) STX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중국계 사모펀드 AFC가 선정됐다. 또 대형 M&A로 꼽히는 대우건설 매각전에도 중국계인 투자회사 엘리언홀딩스가 뛰어든 상태다. 최근 들어 한·중 관계가 나아지면서 기술력이 있는 한국업체를 사들이는 게 이익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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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중국 자본이 투자한 아이웨어 전문점 젠틀 몬스터 매장. 사진=젠틀 몬스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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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하나 주목할 점은 차이나머니의 성격이 확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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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본은 이미 상당수의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체에 진출했다. 영화 '연평해전','변호인' 등의 투자배급사 NEW, 드라마 '프로듀사'와 애니메이션 '넛잡'의 제작사인 초록뱀미디어, 레드로버에는 대규모 중국 자본이 들어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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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해 말 차이나머니의 민낯이 드러난 상징적인 일이 일어났다. 중국 자본이 대거 투입된 국내 굴지의 엔터테인먼트 회사 판타지오의 경영진이 중국 투자자에 의해 전격적으로 교체된 것이다. 2016년 이후 중국계 자본인 골드파이낸스 코리아는 판타지오의 주식을 계속 사모아 지분율 50.07%의 최대 주주로 올라설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엔터테인먼트 업체에 돈을 댄 중국 투자자들처럼 골드파이낸스 역시 경영에는 전혀 간섭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올 들어 경영이 악화되자 돌연 회사 설립자이자 대표를 바꿔버린 것이다. 방심하다간 어떤 국내업체라도 언제든 중국 자본에 먹힐 수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준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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