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일화’ 반대한 남경필, ‘보수통합’ 명분으로 바른정당 탈당

남경필 경기지사가 9일 바른정당 탈당을 선언했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합당에 반대하며 ‘보수통합 후 대통합’ 로드맵을 명분으로 삼았다. 하지만 2016년 말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탈당 1호’로 바른정당 창당에 앞장선 전력을 고려하면 명분이 약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남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저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에 합당에 참여하지 않겠다”면서 “보수와 나라의 미래를 위해 ‘선 보수통합’ 후 중도로 나아가 ‘대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합당에 동참하실 분들의 건승 또한 빈다”며 “대통합의 길에서 우리가 다시 만나기를 희망한다”고 썼다.

남 지사는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뒤 현재 한국당 혁신위원장인 김용태 의원과 함께 가장 먼저 새누리당을 이탈했다. 당시 남 지사는 회견에서 “새누리당으로는 자유와 나눔, 배려의 가치, 그리고 미래 비전을 담아낼 수 없다”며 “저는 오늘 생명이 다한 새누리당을 역사의 뒷자락으로 밀어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당시 탈당 1호 인사들이 모두 ‘원대 복귀’를 한 셈이다.

지난해 바른정당 대선 경선후보 당시 유승민 후보(현 바른정당 대표)와 ‘보수단일화’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당시 유 후보가 내세운 보수단일화에 반대하면서 “우리가 왜 탈당을 했고 탄핵에 찬성했는지 완전히 뒤로 돌리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바른정당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해당 행위” 등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한국당을 ‘최순실 옹호당’ ‘억압 한국당’ ‘국정농단 세력’ 등으로 부르기도 했다.

5·9 대선을 앞두고 바른정당 1차 집단 탈당 사태가 빚어졌을 때는 “더 작아졌지만 옳고 바른 길로 가면 된다”면서 “비록 지금의 상황이 어려울지라도 용기를 갖고 흔들림없이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남 지사 입장이 급변한 것은 한국당이 지난해 7월 홍준표 대표 체제를 세운 뒤 서청원·최경환 등 친박(박근혜 전 대통령)계 핵심 인사들을 대상으로 인적 청산을 시도할 즈음이었다. 남 지사는 지난해 10월 특강에서 “홍 대표가 하고 있는 저 싸움, 굉장히 의미있다고 본다”면서 “한국당 안에서 과거 국정농단 세력과 절연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면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협력도 앞으로 배제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약 두 달 뒤인 이날 남 지사는 바른정당을 탈당했다. 향후 한국당에 복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동 홍문표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새아침’ 인터뷰에서 “(남 지사가 한국당으로) 오신다면 저희가 모실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김세연 의원도 이날 바른정당을 탈당하면서 한국당에 복당한다고 발표했다. 김 의원은 입장문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그간 지역에서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저와 정치적 행보를 함께 해 온 당원 동지들의 뜻을 받들어 자유한국당으로 복귀하겠다”며 “바른정당을 사랑해 주시는 많은 국민과 당원들, 남아 계시는 동료들, 특히 함께 뜻을 세워 오신 청년 여러분을 생각하면 착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했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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