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 윈프리를 대통령으로?…"새날이 온다" 발언 일파만파

[골든글로브 시상식 수상 소감에 2020년 美대선 출마설 확산…백악관도 "붙어보자"]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베벌리힐즈에서 열린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공로상인 '세실 B. 데밀 상'을 받은 오프라 윈프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새날이 다가오고 있다(A new day is on the horizon)." "오프라를 대통령으로(Oprah for President)."

미국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63)의 2020년 미국 대선 출마설이 번지고 있다. 백악관이 "붙어보자"고 나섰을 정도다.

윈프리가 지난 7일(현지시간)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 발언이 기폭제가 됐다. 공로상인 '세실 B. 데밀 상'을 받은 그는 수상 소감으로 "나는 지금 여길 보고 있는 모든 여성이 새날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길 바란다"며 "마침내 새날이 밝으면 그것은 많은 훌륭한 여성들 때문일 것이며 이 중 많은 이들이 오늘 밤 이곳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새날이 밝는 건) 아무도 다시는 '미투'(Me too)라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로 우리를 이끌기 위해 힘겹게 싸우고 있는 매우 훌륭한 남성들 때문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미투'는 지난해 할리우드에서 전 세계로 퍼진 성폭력 피해 고발운동을 의미한다.

WSJ는 윈프리의 수상 소감에 사람들이 기립해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전당대회를 방불케 했다고 8일 보도했다. 그러면서 시상식장을 메운 할리우드 인사들이 벌써 윈프리의 대선 캠페인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윈프리가 이미 세계적인 명사지만 팬들은 그 이상을 원해왔다고 지적했다. 이번 시상식 연설이 윈프리에 대한 대선 출마 기대감을 고조시켰다는 설명이다.

1980년대부터 윈프리와 사실혼 관계에 있는 스테드먼 그레이엄은 이날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와 회견에서 윈프리의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그건 사람들에게 달렸다"며 "그(윈프리)는 틀림없이 그걸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민주당은 물론이고 공화당 일각에서도 윈프리가 2020년 대선에서 '무시무시한 후보'로 부상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그의 골든글로브 시상식 연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비난으로 해석되면서 윈프라의 정치적 무게감이 더 커졌다는 평가다. 통신은 TV 리얼리티쇼 스타 출신인 억만장자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수 있다면, 역시 억만장자로 토크쇼 스타 출신인 윈프리가 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대통령이 못 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백악관도 윈프리의 대선 출마설에 공식 반응을 내놨다. 호건 기들리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오프라 윈프리든, 누구든 도전을 환영한다"며 "누구든 기록적인 시간 안에 기록적인 성과를 낸 대통령과 맞붙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누구도 이미 대단한 성과를 낸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윈프리가 실제로 2020년 대선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블룸버그는 그가 시상식 이후에 대선 출마 계획이 없다고 직접 밝혔다고 전했다. 반면 CNN은 윈프리의 두 측근의 말을 빌려 그가 적극적으로 대선 출마 가능성을 고민하고 있으며 지난 수개월 동안 이에 대해 얘기했다고 보도했다.

윈프리는 1954년 미국 미시시피주 시골에서 10대 싱글맘의 사생아로 태어났다. 9살에 사촌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14살에 임신해 조산아를 낳는 등 가난과 폭력, 마약에 찌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70년대 미국 테네시주의 한 지역 방송사에서 최연소, 최초의 흑인 여성 뉴스 앵커로 발탁되면서 방송계에서 입지를 키울 수 있었다. 간판 프로인 '오프라 윈프리 쇼'를 1986년부터 2011년까지 무려 25년간 진행하며 특유의 공감 능력을 인정받았다. 지금은 미디어·자선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블룸버그억만장자지수에 따르면 윈프리의 재산은 약 36억 달러로 트럼프(29억 달러)보다 많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를 밑돌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미국 퀴니피악대 여론조사에서 윈프리는 5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다만 같은 조사에서 69%는 윈프리의 대선 출마에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김신회 기자 rask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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