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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사설] 비용상승형 인플레이션 우려, 가격통제 아닌 근원처방 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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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보다 0.2%포인트 낮은 1.7%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 달 전에 내놓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그보다 훨씬 낮은 1.5%였다. 두 달 앞서 나온 한국은행 전망치는 1.8%였다. 하지만 연초부터 각종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물가 불안이 심해지고 있다. 정부와 국책연구기관, 중앙은행이 국내 물가 흐름을 너무 안이하게 짚고 있는 건 아닌지 따져봐야 할 때다.

물가 상승은 그 요인에 따라 '수요 견인(demand-pull) 인플레이션'과 '비용 상승(cost-push) 인플레이션'으로 나뉜다. 문재인정부가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고 재정지출을 적극적으로 늘리는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올해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가 과열될 조짐은 전혀 없다. 그러므로 지금은 총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물가를 끌어올리기보다는 임금, 원자재 가격, 금리 상승으로 생산 비용이 늘면서 물가를 밀어올리는 형국이라고 봐야 한다. 실제로 최저임금이 16% 넘게 뛰면서 인건비 비중이 높은 외식 업체와 가구 업체들이 줄줄이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 작년 11월부터 롯데리아·KFC·모스버거 같은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주요 제품 가격을 6% 안팎 올렸고, 신선설농탕·놀부부대찌개·죽이야기 같은 외식 업체들도 주요 메뉴 가격을 5~14% 인상했다. 시몬스침대와 현대리바트 같은 가구 업체와 중소 건설자재 업체들도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 압박에 잇달아 제품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유가를 비롯한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산품 가격마저 들썩이고 이 모든 비용 상승 요인을 반영한 개인서비스 요금도 오름폭이 커질 수 있다.

수요 견인형 인플레이션은 정부와 한국은행이 소비와 투자 수요를 조절해 누그러뜨릴 수 있지만 도미노처럼 확산되는 비용 상승형 인플레이션은 단기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5일 "외식 등 개인서비스를 중심으로 소비자단체와 함께 편승 인상 방지를 위한 가격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권위주의 시절에도 통하지 않던 가격 관리나 통제는 부작용만 낳을 것이다. 그럴수록 임금 상승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비효율적인 유통 구조를 수술하고 서비스 분야 진입 규제를 깨는 근본적인 공급 부문 개혁을 단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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