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본질은 통합"…'통합안 부결' 우려 속 '先사퇴' 중재안 선긋기
반대파 "정체성이 본질, 전대 인정 못해" 압박…"개혁신당 확실히 창당"
중립파, 연쇄회동 '불씨 살리기'…통합파·반대파 '제 갈 길' 박차
박주선 국회부의장을 비롯한 중립파가 '안 대표가 조기 사퇴하고 중립 인사가 당을 맡아 전대에서 통합 투표를 하는 방안'을 중재안으로 제시한 사실이 알려졌지만, 찬성파와 반대파 모두 "사실상 수용할 수 없는 방안"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양측의 입장차만 부각되는 형국이다.
여기에 8일부터 찬성파는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에 속도를 내고, 반대파는 '개혁신당'(가칭) 창당 행보를 본격화하는 등 '제 갈 길'을 가는 데 힘을 쏟고 있어 '분당 시계'가 더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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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안 대표는 이날 오전 전남 여수시 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 열린 '여수 마라톤대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들을 만나 중재안과 관련해 "본질은 통합"이라며 "75% 당원이 통합에 찬성했다. 정당은 당원 뜻을 따르는 게 도리"라고 말했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안 대표가 물러나는 것은 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어차피 안 대표는 통합 이후에는 백의종군하겠다고 천명했다. 그 이전에 물러나라는 것은 통합하지 말라는 얘기"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는 안 대표가 물러날 경우 통합론의 동력이 순식간에 약해지면서 전대에서 통합안이 부결되는, 안 대표에게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안 대표는 이날 주승용 의원 등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사퇴하더라도 통합이 안 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안 대표를 비롯한 찬성파는 8일 바른정당과 '통합추진협의체' 2차 회의를 열기로 하는 등 통합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안 대표도 최근 귀국한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만나기로 하는 것은 물론, 중립·반대파 의원들에게 수시로 전화를 하고 집을 찾아가는 등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찬성파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중재안은 그야말로 일부 의원들의 의견일 뿐 결정적인 고려 사항이 아니다"라며 "당원들의 생각이 통합에 있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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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반대파 역시 중재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여수 마라톤대회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 대표는 하늘이 두 쪽 나도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중재안은 통합을 반대하면서 당을 살리려는 충정이지만 성공은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대파 의원 모임인 '국민의당 지키기 운동본부' 대표를 맡은 조배숙 의원도 통화에서 "안 대표가 조기 사퇴를 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설사 안 대표가 사퇴하더라도 통합을 의제로 삼는 전대는 인정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운동본부 최경환 대변인 역시 통화에서 "햇볕정책을 비롯한 대북정책 문제 등에서 정체성의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문제를 제쳐놓고 중재안을 수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번주 운동본부는 광주(9일), 전남(11일), 전북(14일)에서 기초선거 출마예정자 및 당원들과 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개혁신당을 통해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다는 점을 알려내며 텃밭의 여론을 끌어안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안 대표가 통합신당 창당을 밀고 나간다면 우리는 확실히 개혁신당을 창당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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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양측의 극한 대치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중립파 의원들은 연쇄회동을 계속하는 등 중재안 불씨 살리기에 힘을 쏟고 있다.
중립파 황주홍 의원의 경우 이날 오후 통합반대파 의원들과 비공개로 회동한 데 이어, 저녁 식사는 중립파 의원들과 함께하면서 이후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양측의 불신이 극에 달해 입장을 좁히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통합찬성파는 전대의 정상적 개최가 어렵다는 점, 반대파는 개혁신당 창당작업이 만만찮다는 점 등 양쪽 모두 약점이 있다. 극적으로 절충점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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