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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설왕설래] 남성 독점 시대의 종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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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뉴욕타임스가 2010년에 꼽은 ‘올해의 단어’는 ‘맨스플레인(Mansplain)’이었다. ‘남자(man)’와 ‘설명하다(explain)’를 결합한 합성어로, 남자가 여자에게 잘난 척하며 아랫사람처럼 설명해주는 것을 뜻한다. 이 말을 유행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은 환경·반핵·인권운동에 앞장선 현장운동가, 저술가, 비평가인 리베카 솔닛(Rebecca Solnit)이다. 솔닛은 남성 중심의 구조적 폭력을 비판한 에세이에서 “남자들은 자꾸 여자들을 가르치려 든다”고 했다. “이런 현상 때문에 여자들은 자기불신과 자기절제를 익히게 되는 데 비해 남자들은 근거없는 과잉확신을 키운다”고 꼬집었다.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공유하고 고발하는 미투(MeToo) 캠페인이 ‘남성독점 시대 종언’ 선언으로 이어졌다. 성추문 폭로에 앞장선 영화배우 애슐리 주드를 비롯해 할리우드 종사자 300여명이 성폭력 문제와 남성중심의 문화를 끝내자는 의미의 단체 타임스 업(Time’s up)을 결성했다. 이들은 뉴욕타임스 전면광고를 통해 “남성 중심의 일터에 진입해 승진하고, 단지 인정받기 위한 여성의 투쟁은 끝나야 한다”며 “남성 독점 시대는 끝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범죄 피해 여성 지원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성평등과 관련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20일 양성평등위원회에서 “21세기에 인류가 아직도 충분히 개발하지 못하고 아직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게 딱 두 가지 남았다”며 “첫째는 여성의 역량이고, 둘째는 바닷속이다”라고 했다. 우리는 이 분야 활용에 관한 한 세계 꼴찌다. 저출산 해법으로도 성평등 정책이 강조되고 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새해를 성평등 확산의 대전환기로 만들겠다”고 했다.

산후조리원 풍경을 보면 아직 멀었다. 산모들은 신생아들을 돌보면서 출산 후 건강관리에 열중하고 있다. 아빠들은 친구나 직장동료들과 저녁 모임을 갖고 아기 출생을 축하하는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남자들은 자신들이 달라져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모른다.

김기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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