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반(反) 이민정책 반대 시위 [EPA/ALBA VIGARAY=연합뉴스] |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난민 입국 일시 금지 조치로 미국에서 치료를 받으면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위급한 건강상태의 난민들이 사망 위기에 처했다고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최근 보도했다.
WP는 신장암에 걸린 5세의 소말리아 어린이 니모 살란의 사례 등을 소개하며 이같이 전했다. 자국에서 치료가 어려운 살란은 미국에 재정착해 치료를 받으면 살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난관에 부딪혔다.
10월 발표된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보안조치 때문이다. 이에 소말리아를 비롯한 11개국 난민은 미국 난민 프로그램 적용과 입국이 일시 중단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에 따라 치료 가능지만 치명적인 질병이 있는 난민도 입국이 거부되고 있다. 난민 구호단체 활동가들은 심각한 질병을 앓던 일부 난민은 재정착 허가를 기다리다가 사망했다고 전했다.
원래 미국은 긴급한 치료를 필요로 하는 질환이 있는 난민들에게 재정착 우선권을 주는 소수 국가 가운데 하나로, 지난 수십 년간 이러한 난민들의 생명을 구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소말리아와 이라크, 수단 등 테러 위협을 이유로 이슬람권 7개국의 난민의 입국을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한 이래 소말리아 난민의 미국 재정착은 거의 마비된 상태다.
미국 정부는 지난 10월부터 내년 10월까지 1년간 난민 수용 할당 인원을 4만5천명으로 정해놨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적은 인원만 받아들였다.
올해 10월부터 12월10일까지 미국이 재정착을 허용한 난민은 3천553명에 불과하다. 이러한 속도가 계속되면 미국이 해당 회계년도 1년간 수용하는 난민은 1만7천명에 그치게 된다. 이는 1980년 이후 최저치가 된다.
비영리 난민구호 단체 '레퓨지포인트' 창립자 사샤 샤노프는 "미국은 늘 재정착이 인도주의적인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인정했고, 이는 사람들의 목숨을 구했다"면서 이러한 정책의 변화는 "치명적"이라고 평가했다.
국제 구호단체 '이슬라믹 릴리프'에서 의료서비스 조정을 담당하는 의사 하산 아브디는 긴급한 치료를 요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면서 "그들 중 많은 이들에게 재정착 불허는 사형선고"라면서 "트럼프의 정책은 이곳에서 폭발하는 폭탄과 같다"고 말했다.
또 난민 입국 심사가 강화되면서 관련 절차가 그만큼 지연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샤노프는 가장 큰 비극은 많은 사람이 재정착 때까지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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