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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30초 리더십, 특별한 건배사 준비되셨나요? , 나만의 독창적인 건배사 만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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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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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에 건배사 하는 게 부담되서 나가기가 꺼려져요." 필자에게 이런 고민들을 털어놓는 분들이 적지 않다. 흔히 건배사를 30초 리더십이라고 말한다. 30초 이내의 짧은 시간 안에 임팩트를 주는 건배사는 모임의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고,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이미지를 만드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필자가 처음 SBS에 입사한 후 회식 자리에서 건배사 제의를 처음 받았을 때, 무척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있다. 건배사를 제안하는 회식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예기치 못한 상황에 머릿속이 백지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 이후로 언제 쓸지 모르는 ‘나만의 18번 건배사’를 하나 만들었다.

‘나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독특한 건배사가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했고, ‘내일은 맑음’이라는 건배사를 만들었다. 필자가 2008년 기상캐스터 9명과 함께 공동으로 쓴 '내일은 맑음'이란 에세이 제목을 활용해 책과 나를 어필한 18번 건배사였다.

요즘 여러 송년회 모임에 참여하느라 분주한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제는 송년회 모임에서 필수 코스가 된 건배사. 건배사에도 요령과 준비가 필요하다. 건배사 때문에 모임에 나가기 부담스럽다는 많은 분들을 위해, 특별한 건배사를 만드는 유용한 비법을 알려드리고자 한다.

건배사 어떻게 만들까?

1. 먼저 3 W를 생각해라.

건배사를 만들 때는 3W (why, who, wish)를 생각해야 한다.

첫 번째, why는 ‘왜 모였을까?’인데, 먼저 모임의 성격과 취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두 번째, who는 ‘누가 모였는가?’인데,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면, 동호회, 회사 모임, 비즈니스 모임 등 여러 종류의 모임이 있을 것이고, 처음 만난 사람이 많을 수도, 오래 동안 관계를 맺어 온 익숙한 사람들이 많을 수도 있다. 건배사는 함께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임의 성격과 분위기,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의 분석을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있다.

세 번째 제일 중요한 것이 바로 wish 즉, 바라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모임의 발전을 위해 바라는 것, 모임에 모인 사람들에게 바라는 것, 함께 공유하고 싶은 덕담 등을 떠올리며 그 중 어떤 것을 건배사의 메시지로 전하면 좋을지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2. 직·간접 경험을 스토리텔링해라.

건배사의 메시지를 임팩트 있게 전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스토리다. 스토리를 넣어 건배사를 할 때, 특별하고 감동적인 건배사가 될 수 있다. 건배사에 직접·간접 경험을 녹여 말하면 좋은데, 자신의 인상 깊었던 경험, 모임과 관련된 사람들과 추억 등 직접 경험을 살려서 말하거나, 책, 영화, TV, 기사, 다른 사람에게 전해들은 이야기 등 간접적으로 접했던 인상 깊은 구절이나 말을 활용해 건배사를 만드는 것이다.

스토리를 활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건배사는 30초 이내로 짧게 해야 하기 때문에, 너무 길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에피소드 위주로 세세하게 이야기 하는 것보다, 큰 따옴표와 작은 따옴표를 살려서 주변 사람들이 했던 말, 자신의 생각, 명언 등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접목시켜 나가는 것이 좋다.

3. 선창과 후창을 만들어라.

마지막으로 스토리와 메시지를 담은 선창과 후창을 만들어서 건배사 제안을 하면 된다. 선창은 건배사를 제안하는 사람이 먼저 외치는 것이고, 후창은 모임에 모인 사람들에게 외치도록 제안하는 말이다. 후창은 사람들이 함께 외치기 때문에, 보통 5글자 이하로 짧게 만드는 게 좋다.

선창과 후창을 확실히 구분지어 알려줘야 헷갈리지 않고 제대로 건배사를 할 수 있다. 건배사를 할 때 주로 사용하는 것이 삼행시다. 그래서 건배사란 단어를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많은 삼행시를 활용한 건배사가 많이 나온다. 진달래, 지화자, 오바마 등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건배사를 하면 식상하기 때문에, 직접 삼행시를 스토리와 메시지와 연결해 만들어보자. 삼행시를 만들 때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세 글자로 된 음식, 동물, 과일 등의 사물이나 사람의 이름을 활용할 수 있다.

다음은 필자가 만든 생활 속의 사물을 활용한 삼행시다.

자장가 (자주 봅시다. 장소를 불문하고, 같이 해서 가치를 만듭시다.)

무지개 (무한히 지속적으로 계속 발전하세요.)

지퍼백 (지치지 않고, 퍼지지 않고, 백(back)하지 않은 여러분이 되시길)

식용유 (씩씩하게, 용기 있게, 유연성 있게 나아갑시다.)

마우스 (마음으로 우정을 나누고, 스며드는 우리 사이)

주사위 (주체적으로 사랑하고 위해주는 모임이 되길)

보조개 (보면 볼수록 좋고, 계속 보고 싶은 우리 사이)

사다리 (사이좋게, 다함께, 이번처럼)

다음은 직접 경험을 활용한 건배사의 예시다.

제가 등산 모임에 나온 지 2년 정도 됐습니다. 처음에는 등산하는 법을 몰라, 고생을 많이 했는데요. 여기 계신 여러 선배님들이 “등산은 힘이 아닌 요령이야” 라고 말씀하시며, 요령을 잘 알려주신 덕분에 이제는 날다람쥐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등산의 달인이 됐습니다.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앞으로도 많이 가르쳐 주세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 건배사는 ‘지덕체’로 하겠습니다. 지덕체란 ‘지금의 제가 있는 것은 덕분입니다. 채워주세요.’의 줄임말인데요. 제가 ‘지금의 제가 있는 것은 덕분입니다. 채워주세요.’ 라고 외치면, 여러분께서 ‘지덕체’ 라고 함께 외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음은 좋아하는 시의 구절을 활용한 간접 경험 건배사의 예시다.

여러분 무슨 선물 좋아하세요? 나태주 시인은 선물이란 시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큰 선물은 오늘입니다.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

참 멋진 말이죠? 마찬가지로 저에게도 오늘과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선물입니다.

제가 오늘과 당신이 가장 큰 선물입니다. 라고 외치면 여러분께서 ‘오당선’이라고 외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매일경제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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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배우가 되어 각색해라.

1) 이벤트를 넣어라.

식상한 건배사가 되지 않기 위해, 새롭고 재미있는 요소를 넣어보자. 예를 들어, “술잔의 술을 반만 채워주세요. 나머지는 여러분들의 열정과 소망으로 채워주십시오.” 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새해 소망의 키워드를 돌아가면서 말해 본다면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

2) 유도 멘트를 넣어라.

술잔을 들어달라고 말한 뒤, “후창은 ( )입니다. 준비되셨나요?/ 잘 아셨죠? /이해되셨죠?/ 들어갑니다.”라는 유도 멘트를 넣어 후창을 명확하게 인식시키고,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킬 수 있다.

3) 후창에 다양한 변화를 줘라.

후창에도 다양한 변화를 주면, 재미있는 건배사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후창이 ‘보조개’라면 세 번 연속으로 ‘보조개, 보조개, 보조개’를 외치게 한다던가, 마지막 세 번째 외칠 때는 스타카토를 활용해 ‘보!조!개!’라고 끊어서 외치게 할 수 있다. 보조개란 단어를 외칠 때, 목소리를 점점 크게 하거나 도미솔처럼 높낮이를 만들어 외치게 할 수 있다. 특히, 건배를 제안하는 사람이 선창을 할 때는 배에 힘을 줘서 목소리를 2배 이상 더 크게 해야 사람들이 함께 후창을 큰 목소리로 외치게 된다.

4) 동작을 활용해라.

동작을 활용해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한 손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하트 만들기, 어깨 동무, 악수 하기, 손을 뻗기 등 손을 활용한 동작을 유도하거나 얼굴 표정 짓기, 머리 움직이기, 일어나기 등 다양한 시각적인 동작을 활용해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면 더욱 재미있는 건배사가 될 것이다.

5) 비언어적 요소에 신경써라.

건배사를 제안할 때도 눈맞춤과 제스처 등 비언어적 요소에 신경 쓰는 것이 좋다.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과 시선을 자연스럽게 돌아가며 맞추고, “잔을 다 채우셨나요? 준비되셨나요?” 라는 유도 멘트를 하며, 한 손을 자연스럽게 앞으로 뻗어 자신감 있게 말해 보자.

건배사 순서는 어떻게 되나요?

건배사를 할 때도 어느 정도 순서를 갖춰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사를 할 때는 고개를 숙이면서 안녕하세요? 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모임에 모인 사람들과 눈맞춤을 하며, “안녕하십니까? 000입니다”라고 자신을 간단히 소개한 뒤,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것이 좋다. 그 다음으로 건배사를 제안한 분께 “제게 이렇게 건배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며 감사를 표한다면, 높은 인품이 느껴질 것이다. 잔을 잡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잔을 잠시 내려놓게 하며 말을 이어가는 것이 좋다.

그 다음, 스토리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잔을 채우게 한다. 술을 안 마시는 사람에게는 물이나 음료수로 잔을 채워달라고 말할 수도 있고, “다 채우셨나요? 잔을 다 들어주셨나요?” 라고 유도 멘트를 하며, 잠시 기다려주는 것도 필요하다. 모두 건배할 준비가 됐다면, 선창과 후창을 명확하게 말하고, “이해되셨죠? 준비되셨죠? 들어갑니다.” 라는 유도 멘트를 활용해, 사람들이 후창을 정확히 인식하고 준비할 시간을 준다. 건배사가 끝난 뒤, 사회자는 박수를 유도하고, 다음 건배사 제안으로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이어가면 된다.

건배사 순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자기 소개와 인사 2. 건배사 제안에 감사 표현하기 3. 잔 내려놓기 4. 스토리와 메시지 전하기

5. 잔을 채우고 들기 6. 선창과 후창 말하기 7. 사회자 박수 유도

건배사도 요령을 익히면 어렵지 않다. 조금의 노력과 준비가 있다면, 건배사를 통해 모임의 분위기와

자신의 이미지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송년회에는 식상한 건배사가 아니라 스토리가 있는 특별한 건배사를 준비해 송년회 모임을 설렘으로 기다리고 즐겨보자 ! 더불어 특별한 건배사와 함께 송년회 모임이 따뜻한 소통을 나누며, 희망을 갖는 자리가 되길.

[최윤정 스피치 아카데미 라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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