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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최준영의 내 인생의 책] ④ 사피엔스 | 유발 하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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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박’한 역사기술의 전범

경향신문

“역사는 대양(大洋)을 마시고 한 줌의 오줌을 누는 것에 불과하다.” 구스타프 플로베르의 말이다. 빙산의 일각과 상통한다. 수면 위로 올라온 빙산은 거대한 대륙의 극히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역사도 그러하다. 기록된 역사는 실제 역사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후대인들은 기록되지 않은 역사를 상상해내야 한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그런 면에서 역사기술의 전범이라 할 만하다.

국내외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 <사피엔스>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근거가 미약한 터무니없는 주장을 한다느니, 엉터리 상상이라느니. 비판을 가장한 시기와 질투로 읽혔다.

물론 옹호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역사와 현대 세계에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책, 이 책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말이다.

“약 135억년 전 빅뱅이라는 사건이 일어나 물질과 에너지, 시간과 공간이 존재하게 되었다. 우주의 이런 근본적 특징을 다룬 이야기를 우리는 물리학이라고 부른다. 원자, 분자 및 그 상호작용에 관한 이야기를 우리는 화학이라고 부른다. 약 38억년 전 지구라는 행성에 모종의 분자들이 결합해 특별히 크고 복잡한 구조를 만들었다.

생물에 대한 이야기는 생물학이라 부른다. 약 7만년 전, 호모사피엔스 종에 속하는 생명체가 좀 더 정교한 구조를 만들기 시작했다. 문화가 출연한 것이다. 그 후 인류문화가 발전해온 과정을 우리는 역사라고 부른다.”

<사피엔스>의 본문 첫 두 문단에 나오는 문장이다. 과학과 역사에 대해 이렇듯 과감하고 ‘신박’한 정의는 일찍이 들어본 적 없다. 시종 이어지는 시원시원한 기술이 단박에 나를 매료시켰다. 지적 호기심을 한껏 유발시키고 이내 충족시킨다. 가히 고수의 솜씨다.

<최준영 거리의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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