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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블랙뤼미에르의 영화 뒤집기] `반드시 잡는다` 재미는 잡았는데, 관객의 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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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반드시 잡는다>는 제피가루 작가의 웹툰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를 영상화 한 작품이다. 아리동에서 30년 전 미제 사건과 동일한 수법의 살인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자 이 동네의 토박이와 30년 전 사건과 관련 있는 전직 형사가 오로지 노련한 촉과 감으로 범인을 쫓는다. 내용은 차치하고 일단 백윤식, 성동일이라는 노련한 배우를 선택해 관객에게 ‘어때?’라고 질문을 던진 영화의 용기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시티라이프

필자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올해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나문희 선생의 여우주연상’ 수상이다. 76세 노배우의 “앞으로도 열심히 연기하겠다”는 소감을 듣는 순간, 충무로의 넓어진 시야와 대담해진 다양성 선택에 박수가 저절로 터져 나왔다.

그런 의미에서 <반드시 잡는다>는 배우들의 면면에서 눈길을 잡는다. 70세의 백윤식, 50세의 성동일 그리고 57세의 천호진, 53세의 배종옥 등의 주조연진은 역대 그 어떤 영화도 선택하지 못했던 평균 연령 57.5세의 ‘시니어 모임’이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이 영화가 스릴러의 외피, 버디 무비의 특징인 브로맨스, 게다가 적당한 액션과 웃음을 양념으로 한 범죄물이라는 것이다. 기존 잘 생긴(그렇다고 백윤식, 성동일 등이 못생겼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들의 리즈 시절을 검색해보면 ‘아름다운 청춘’을 발견할 수 있다.) 젊은 남자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운 차고 넘치는 범죄, 형사, 조폭물의 범람에서 이 영화는 ‘차별성의 발견’이라는 즐거움을 준다.

가상의 동네 아리동, 이곳의 터줏대감 심덕수(백윤식)는 직업은 열쇠공이지만 연립주택 몇 채를 보유한 알부자이다. 그는 월세 밀린 곳을 찾아 다니며 재촉하고, 적당히 야단치는 것에 쏠쏠한 재미를 찾는 사람이다. 또한 그는 수십 년 만에 고향인 이곳으로 와 토스트 가게를 하며 사는 민영숙(배종옥)을 흠모한다. 덕수는 이 날도 60대 세입자 최 씨에게 월세를 받으러 갔다가 시비가 붙고 이를 많은 사람이 목격한다. 그런데 다음 날, 최 씨가 목을 맨 시체로 발견된다. 사람들은 덕수의 야박한 마음에 괴로워하던 최 씨가 자살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며칠 전 한 노인이 실족사한 데 이어 덕수의 다른 임대주택에서 또 다른 노인이 자연사한 채 발견된다. 이때 박평달(성동일)이 불쑥 덕수에게 다가온다. 그는 30년 전 이곳에서 있었던 연쇄살인 용의자가 다시 나타났다고 확신에 찬 주장을 펼친다. 평달은 ‘범인이 젊은 여자를 죽이기 위해 미리 세 노인을 죽인 것이라며 곧 여자 희생자가 나올 것’이라 말한다. 덕수는 홀로 사는 205호 지은이 걱정된다. 그 집을 방문한 두 사람은 지은의 친구 수경의 시신을 발견하고 두 사람이 힘을 합쳐 범인을 잡기로 한다. 그 가운데 사건 속으로 나정혁(천호진)이 뛰어들고 순경(조달환)은 덕수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그를 뒤쫓는다.

이 영화의 목표는 단 하나, 범인을 잡는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의 길은 복잡하지만 몇 번의 암시와 탐색만으로도 쉽게 큰 길을 찾을 수 있다. 일견 영화가 복잡해 보이는 것은 결말로 가는 순간순간마다 이른바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독거 노인의 외로운 죽음, 약자 계층에 대한 기본적인 사회 안전망 미비, 노인과 여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과 혐오에 다다른 시각, 그리고 “우리처럼 세들어 사는 사람들이 게을러서 이렇게 사는 게 아니라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는 게 없어서 그렇다”라고 외치는 지은의 작은 목소리가 바쁜 발길을 잡기 때문이다. 이러한 몇 번의 주춤거림은 영화 전체 호흡이나 흐름에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종반에 이르러서도 ‘또 한 번’, ‘잠깐만’의 과잉은 조금 거슬린다.

백윤식, 성동일, 천호진은 풍부한 경험의 노련미와 감각적인 순발력이 살아있는 연기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특히 대사와 상황을 대본에 쓰여진대로 완성하는 것이 아닌, 온몸에 육화되어 실재화 되어 있는 모습으로 판을 만들어가는 솜씨는 참으로 대단하다. 추격과 액션 장면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이토록 여유 있고 느린 추격은 그동안 우리가 봐왔던 스피드를 생명처럼 여긴 다른 영화에서의 장면에서 느끼지 못했던 매력을 준다. 게다가 3일을 꼬박 투자한 배우들의 대역 없는 액션도 ‘고군분투’라고 결론지을 만하다.

웹툰 원작을 본 관객은 ‘무엇이 달라졌을까’를 찾는 재미를, 결말을 모르는 관객들은 ‘과연 누가 범인일까’를 좇아가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나름의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글 블랙뤼미에르(필름스토커) 사진 영화 <반드시 잡는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08호 (17.12.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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