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극단 ‘스타산실’ 이유 있다
극단 간다·차이무 비결은…
진선규·박해수 등 거친 ‘간다’
다양한 무대 경험·사람이 먼저
송강호·이성민 배출 ‘차이무’
단원 개개인 창작성 발휘케 해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진짜 조선족인줄….”
빡빡 깎은 머리와 움푹 팬 얼굴, 살벌한 눈빛에 몸이 절로 움츠러들었다. 영화 ‘범죄도시’를 본 관객 역시 “정말 재중동포냐”, “혹시 조폭 출신 배우를 데려왔냐”고도 했다.
정말 조선족이 아니냐는 의문을 품게 만든 주인공은 요즘 핫한 배우 진선규다. 영화 ‘범죄도시’에서 중국 옌볜 흑룡파 위성락을 제대로 연기해 청룡영화상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알고 보면 그의 고향은 연극판이다. 최근 대학로 스타산실로 손꼽히는 이른바 ‘극단 공연배달서비스간다(이하 간다) 사단’이다.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주역 박해수도 극단 간다를 거쳤다.
문성근·송강호·황정민·유호성·이성민·문소리·박해준·박해일·김소진 등 연기파 배우도 대중에게 먼저 인정받기 전 대학로 극단에서 활동했다. 가난한 무명의 연극배우를 ‘1000만 배우’로 키운 대학로 ‘별들의 고향’인 셈이다.
△놀자…다양한 경험·개개인 창작집단
비결은 뭘까. 민준호 극단 간다 대표에 따르면 다양한 양식의 공연 작업을 경험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민 대표는 “자유롭게 많은 실험도 하고 극의 완성도를 위해 배우 개인의 실력 고민보다 공연에 대한 적응력과 집중을 요구한다”며 “이것이 좋은 연기력으로 이어지고, 타 매체에서의 응용 역시 좀더 윤활해지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어떤 정답이 있는 연기를 추구하지 않는 것도 간다만의 특징이다. 민 대표는 “연기엔 교과서 같은 비법이 없다. 배우 개성을 존중해 훼손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일률적인 배우가 나오지 않는 이유”라고 답했다. 간다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이 모여 2004년 만든 극단이다. 연극 ‘유도소년’, ‘뜨거운 여름’, ‘나와 할아버지’ 등 히트작을 쏟아내면서 상업적으로도 성공했다.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생활언어로 맛깔나게 전달하는 극단으로도 유명하다. 적절히 버무린 재기발랄한 풍자와 해학은 관객을 사로잡는다. 차이무 출신 배우 강신일도 “번역극을 올리던 당시 다른 극단과 달리 우리는 삶을 무대에 올렸다. 여기서 나온 연기가 지금 영화와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연기의 바탕이 됐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대표작인 ‘늘근도둑 이야기’ ‘비언소’ ‘양덕원 이야기’를 비롯해 ‘슬픈연극’ ‘바람난 삼대’ ‘김정욱들’에 이르기까지 사회풍자 및 휴먼드라마를 이어왔다.
△개성 남다른 배우 교집합 ‘인성 먼저’
결국 극단의 힘은 “배우, 즉 사람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민준호 대표는 간다 배우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연기 고민 그만하고, 사람 공부하자”라는 얘기란다. 민 대표는 “많은 연기책에 연기법이 쓰여있지만 사실 사람을 알고, 이해하면 연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해결되는 셈”이라며 “그게 간다가 가진 연기 워크숍의 모토이자 훈련”이라고 했다.
이어 “사람을 소중히 여긴다. 자유롭지만 이기적이지 않은 것, 그게 간다 배우들의 또 다른 특징”이라며 “최근 주목받는 진선규 배우가 그런 면에서 간다의 가장 큰 기둥역할을 해왔다. 사람을 순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고 덧붙였다.
배우 이성민은 “어쩌다보니 사람들이 알아봐주는 배우가 됐지만 차이무에서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어떤 것이 좋은 연기일까 고민했던 시간이 지금까지 배우로 버틸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안타깝지만 두 극단 모두 현재 단원을 뽑을 생각은 없다. 이 예술감독은 “극단이 영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오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민 대표 역시 “간다 배우들은 지나다 만나서, 타이밍이 잘 맞아 함께 하게 된 것”이라며 “물론 오디션이 필요한 경우 공연 특성에 따라 모집할 수도 있고 아닐 수 있다. 일부러 단원을 뽑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스타 산실은 그냥 뚝딱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공연 전문가들은 “극단·작품·연출 등을 통해 탄탄히 기본기를 다지고 스타성을 검증받는 등 혹독한 수련과정을 거친다”며 “배우 황정민, 송강호, 박해일 등이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무대에서 갈고 닦아 오늘에 이르렀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