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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與, 개헌 공론화委도 추진… 국회는 패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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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형태·선거제 개편 논의 가능… 조세·낙태죄 공론화위도 만들자"

野 "여당이 의회 민주주의 무시… 인기투표로 주요 현안 결정하나"

"비전문가들이 짧은 시간에 올바른 판단 어려워" 지적도

여권(與圈)에서 주요 현안마다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처럼 하자는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11일 "개헌도 공론화위 구성 검토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야당 쪽에선 "이럴 거면 국회가 왜 필요하냐"고 했다.

국회 개헌특위의 민주당 간사인 이인영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개헌과 관련해 공론화위 구성도 방법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검토 가능하다"면서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기보다 국회 차원에서 국민 뜻을 받아 정치적 합의와 타협, 조정 과정을 통해 개헌안이 발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국회는 지난 1월 개헌특위를 출범시켰다. 문재인 대통령도 여러 차례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핵심 쟁점인 정부 형태에 대한 이견 때문에 개헌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여야뿐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의견 정리가 안 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4년 중임제를 선호하지만, 민주당 일각에서는 의원내각제, 분권형 대통령제 등 의견이 분분하다. 개헌은 국민투표 전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199명)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여야 모두 개헌선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에서 '공론화위를 통한 개헌 검토' 얘기가 나온 것이다. 여권 성향의 원로, 시민 단체들은 지난달부터 개헌 공론화위 구성을 주장해왔다. 지난달 15일 헌법 개정 전국네트워크, 한국농축산단체총연합 등은 논평을 내고 "공론화위를 구성해 국민이 권력 구도(정부 형태) 개편 등을 포함한 개헌안을 만들자"며 "국회가 책임 있는 답변을 하지 않으면 항의 행동에 돌입하겠다"고 했다. 같은 달 30일에는 민주당 상임고문인 김원기, 임채정 전 국회의장과 함세웅 신부, 법륜 스님 등이 나서서 "개헌뿐 아니라 선거제도 개편도 공론화위를 만들어 풀어야 한다"며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민주당에서는 다른 정치 현안도 공론화위로 해결하자고 한다. 아예 공론화위를 국가기관으로 상설하자는 법안도 냈다. 친문 성향의 전해철 의원은 지난달 국가 예산 5000억원 이상 사업(외교·안보 등 제외)을 할지 말지를 공론화위에 묻도록 하는 '국가공론위원회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 의원은 공론화 대상으로 여야 또는 진영 간 갈등을 겪어온 4대강 보 개방, 울산 반구대 암각화, 밀양 송전탑 등을 들었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도 최근 자료를 내고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을 예로 들며 같은 주장을 했다. 이 밖에도 여권에선 부동산 보유세 도입 등 세금 문제를 다루는 조세 공론화위, 낙태죄 폐지 여부를 묻는 공론화위 등을 만들자는 의견도 나왔다.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은 논란이 됐던 지역 내 월평공원 사업에 대한 공론화를 추진했지만, 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에서 관련 결의안이 부결돼 당황하기도 했다.

야당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국회 패싱(passing·건너뛰기)이 도를 넘고 있다"고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개헌, 조세를 주도하고 예산을 심의·의결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에 못 박혀 있는 의회의 고유 권한"이라며 "여당이 의회 민주주의를 무시한 채 대통령 지지율만 믿고 시민들을 끌고 나와 인기투표 형식으로 모든 걸 결정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고려대 장영수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론화위의 가장 큰 문제는 전문성"이라며 "비전문가들이 짧은 시간에 올바로 판단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여야가 합의하면 공론화위 추진도 가능하지만 합의가 되겠냐"고 했다. 야당에선 여권이 공론화위를 계속 거론하는 것에 대해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높기 때문에 정치적 사안을 본인들 원하는 대로 끌고 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며 "국회에선 과반수가 안 되니 그런 식으로 관철하려는 의도"라고 하고 있다.

[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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