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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트럼프 `충성심 검증`에 진땀…빅터 차 美대사의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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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빅터 차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겸 조지타운대 교수(사진)가 주한 미국대사로 공식 내정됐다. 11일 워싱턴 정가와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백악관이 한국 정부에 차 대사 내정에 대한 임명동의(아그레망)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정부가 아그레망을 부여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사로 공식 지명하게 된다. 이후 미국 연방의회 상원 외교위원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쳐 정식 부임한다. 정부는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이전에 차 내정자의 부임을 원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마친 차 내정자는 조지타운대에서 국제관계학을 가르치는 정통 학자 출신 인사다. 1994년 박사 논문으로 한·미·일의 삼각 안보 체제를 다룬 이후 지난 23년간 북핵 등 한반도 문제에 천착해왔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아시아 담당 국장과 북핵 6자회담 차석 대표를 역임하며 실무 경험도 갖췄다. 방북은 물론 북한과 직접 협상을 했던 경험도 있다.

차 내정자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부터 주한 대사를 강력히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공화당 출신 외교·안보 전직 관료 50여 명이 '반트럼프 연판장'을 돌릴 때도 차 내정자는 참여하지 않았다.

부시 행정부에서 근무했던 만큼 차 내정자는 워싱턴 내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로 알려져 있다. 제재 국면에서는 대북 인도적 지원도 반대하는 인사다.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한의 압박' 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것인데, 한 전문가는 "문재인정부의 대북 정책과는 생각이 상당히 다른 인물이라 걱정"이라고 전했다.

차 내정자는 현 정부가 사드 배치를 '임시'라고 표현한 데 대해서도 강하게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차 내정자는 지난 7월 매일경제와 이메일 인터뷰를 할 때 사드 임시 배치를 '찢어진 우산'으로 비교하며 "2개의 천만 남은 찢어진 우산으로 뇌우(북핵)를 막을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차 내정자는 지난 7월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 외교참모 출신인 제이크 설리번과 워싱턴포스트(WP)에 북핵 관련 공동 기고문을 낸 이후 트럼프의 '충성심 검증'에 걸리며 내정까지 진땀을 뺀 것으로 전해졌다.

차 내정자 임명 절차 착수로 트럼프 정부의 한반도 담당 라인이 정권 출범 10개월여 만에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국방부 아시아태평양차관보로 지명된 랜들 슈라이버 중국과장이 상원 청문회를 마치고 임명장 수여를 기다리고 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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