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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육군, 신흥무관학교 외면하다 뒤늦게 '뿌리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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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사관학교가 11일 학교 충무관에서 ‘독립군·광복군의 독립전쟁과 육군의 역사’를 주제로 특별 학술대회를 개최한 것은 이례적이다. 육사는 물론 육군은 독립군·광복군 역사 계승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그간 육군은 해·공군과 달리 독립군을 국군의 뿌리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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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의 이같은 태도는 해방 이후 창군때부터 해군은 독립운동가의 후손인 손원일 초대 참모총장을 ‘해군의 아버지’로, 공군은 광복군 출신인 최용덕 제2대 참모총장을 ‘공군의 아버지’로 기념해 왔던 것과 대비돼 왔다.

육군은 더 나아가 군의 독립군 역사 계승 움직임에조차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왔다. 육군이 ‘신흥무관학교 100주년 기념사업회’가 2011년 기념식을 육사에서 열게 해 달라고 한 요청을 거절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는 육군이 육사 홈페이지에 1946년 5월 개교한 국방경비대사관학교를 육사의 모체로 삼고 있는 것과 연관이 있다. 또 6·25전쟁을 계기로 육군의 주류로 자리잡은 친일파 출신 장군들의 영향도 있다.

육사가 과거와 달리 독립군·광복군과 육군의 역사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하게 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출범으로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날 학술대회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광복군과 신흥무관학교 등 독립군 전통도 육사 교과과정에 포함하고 광복군을 군 역사에 편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데 따른 것이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주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하면서 내륙도시인 충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는 일제시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마지막 장소가 충칭이었던 점을 감안한 것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문 대통령은 광복군과 신흥무관학교 등 독립군의 전통도 우리 육군사관학교 교과 과정에 포함시키고 광복군을 우리 군의 역사로 편입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육군의 이날 학술대회 개최는 문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군이 일제 강점기에 독립군과 광복군이 수행한 독립전쟁을 국군의 역사와 연계·편입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윤경로 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 상임대표, 김용달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장, 한시준 단국대 교수 등 독립운동연구 전문가와 학계, 육사 관계관 300여 명이 참석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군ㆍ광복군의 역사에 대한 학술적 연구를 발표하고 토론했다.

육군은 신흥무관학교의 역사를 뮤지컬 ‘신흥무관’으로도 만들었다. 육군은 창작 뮤지컬 ‘신흥무관’을 시험 제작해 지난 10월 18일부터 두 달간 공연을 펼쳤다. 육군은 내년 건군 70주년을 맞아 120분 분량의 신흥무관 뮤지컬을 순회공연할 계획이다.

육군은 “내년 건군 70주년을 맞아 독립군과 광복군의 맥을 잇는 신흥무관학교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장병들은 물론 국민 모두가 공연 콘텐츠로 마주할 수 있도록 전문가들과 체계적으로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신흥무관학교를 외면했던 과거 태도와는 사뭇 다른 입장이다.

이 작품은 일제에 빼앗긴 조국을 되찾기 위해 우당 이회영 선생 등 여섯 형제가 전 재산을 팔아 만주로 망명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청년들이 신흥무관학교를 건립하고, 일제의 사주를 받은 마적단의 위협을 제압하며 독립투사로 성장하는 모습을 담았다.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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