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근로수당 줄고 협력사 업무부담 증가 등 부작용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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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회장 이명희)이 대기업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내년 1월부터 시행키로 하자, 유통업계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주말에도 휴무가 없는 유통업계 특성상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취지를 환영한다는 입장과 실현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혼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신세계가 발표한 주 35시간 근무제 시행의 골자는 △하루 7시간 근무 (사무직 기준 오전 9시 출근-오후 5시 퇴근) △임금 하락 없는 근로시간 단축 △선진국 수준으로 업무 생산성 향상 등 세가지다.
특히 업계에서 논란을 야기하는 것은 ‘임금하락 없는 근로시간 단축’이다. 신세계는 근로시간을 단축하면서도 기존 임금을 그대로 유지함은 물론 매년 정기적으로 시행되는 임금인상 역시 추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근로시간이 단축돼도 임금이 오히려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존 임금은 유지하되, 근로시간 단축으로 ‘저녁이 있는 삶’이 허락될 수 있는 신세계의 주 35시간 근무제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신세계가 선례가 돼 유통업계 전반으로 근로시간 단축이 확산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야근과 주말 근무 등이 많은 유통업계 특성상 ‘임금하락 없는’ 근로시간 단축은 어불성설이란 지적도 나온다. 근로시간이 주 35시간으로 단축되면 그동안 직원들이 기본급과 함께 통상임금처럼 받던 연장근로수당이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대형마트 A사 관계자는 “연장근로수당이 통상임금처럼 돼 있는 유통업계 특성상 과연 임금하락이 없을 지 의문”이라며 “신세계가 어떤 임금 산정법을 제시할 지 지켜볼 일”이라고 의구심을 보였다.
하루 7시간 근무를 위한 ‘9시 출근-5시 퇴근’의 경우, 신세계 내부에서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신세계의 한 임직원은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겨둔 엄마 입장에서는 오후 5시 퇴근을 하면 한결 여유로워질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눈치보지 않고 칼퇴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임직원도 “아침 일찍 임원급이 회의를 소집하면 7시에 출근하는 경우도 다반사인데, 과연 이런 경우 오후 3시 퇴근이 허용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신세계가 주 35시간 근무제 정착을 위해 ‘업무생산성 향상’을 강조한 것과 관련, 신세계 협력사들의 업무 부담이 오히려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대형마트 B사 관계자는 “본사 직원은 정작 오후 5시 칼퇴근을 하면서, 협력사에는 ‘오늘 내로 마무리해놓고 퇴근하라’는 오더를 할 수 있다”면서 “신세계 임직원들이 협력사에 일을 떠안기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에서는 과거 삼성그룹이 시도했다가 여러 부작용으로 유야무야된 ‘7·4제’(오전 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의 과오를 범하지 않으려면, 신세계 임직원들의 전반적인 인식 개선과 그룹 차원의 지원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근로시간 단축’을 강조하는 현 정부 정책에 부응한 것은 좋지만 보여주기식나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실제 신세계가 근로시간을 단축하면서 이마트 폐점 시간을 밤 12시에서 11시로 1시간 앞당긴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당초 이 시간대 매출 비중이 크지 않아 ‘생색내기용’이란 지적이 적지 않았다.
신세계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은 2년전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해온 장기 프로젝트의 결과물” 이라며 “우리나라의 장시간 근로문화를 개선해 임직원들에게 ‘휴식 있는 삶’과 ‘일과 삶의 균형’을 제공하기 위해 선진 근로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석유선 기자 stone@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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