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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수능 출제관리는 잘 했는데…임용시험은 허술했던 평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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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교사 임용시험 중복출제·후속조치 논란

뉴스1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뉴스1 DB© News1 장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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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오류로 홍역을 치렀던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올해는 공립교사 임용시험 출제관리 소홀과 후속조치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1월11일 시행된 '2018학년도 공립 유·초·특수학교 임용시험'에서 일부 문항을 서로 다른 응시대상에 시차만 두고 똑같이 출제해 문제유출을 자초한데 이어, 논란이 불거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해당 문항에 대해 모두 만점처리한다는 미봉책을 내놓으면서다. 평가원은 12일 만점처리한 것까지 감안한 성적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해당 문제를 맞힌 예비교사들은 평가원의 책임을 수험생들에게 떠넘기는 꼴이라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임용시험 필기시험(1차) 결과가 이후 수업실연·면접 등 2차시험 결과와 합산되는 점을 감안하면 정답자들이 역차별을 받는 셈이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은 내년 1월 시행되는 임용시험 2차 전까지 추가 해결책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같은 시험장인데 시차 두고 똑같은 문제 출제

10일 평가원과 교육당국에 따르면, 2018학년도 공립 초등학교교사 및 유아·특수교사 임용시험에서 초등교사, 유치원교사 시험에 출제된 문항이 초등교사와 유치원특수교사 시험에 그대로 출제됐다.

중복출제 문항은 총 3문항이다. 우선 초등교사 임용시험 교육과정A 과목의 4번문제와 초등특수교사 임용시험 교육과정B 과목의 8번문제가 같았다. 지문, 도표, 배점 등이 모두 동일했다. 또 유치원교사 임용시험의 교육과정A 3번문제와 유치원특수교사 교육과정B 4번문제, 유치원교사 교육과정A 6번문제와 유치원특수교사 교육과정B 6번문항도 토씨하나 다르지 않았다.

시험시간이 동일하면 문제가 없지만 중복출제 문항은 시차를 두고 나왔다. 초등특수교사 교육과정B 과목은 초등학교교사 교육과정A 시험종료 후 1시간6분 뒤 치러졌다. 유치원도 마찬가지로 시험출제 교시가 유치원 교육과정A(2교시), 유치원특수교사(3교시)로 각각 시차가 있었다.

같은 시험장에서 시험을 본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서울을 예로 들면, 초등학교교사 시험을 본 73명과 초등특수교사 수험생 202명이 같은 장소(서울여의도고)에서 시험을 봤다. 유치원의 경우에도 유치원교사(일반) 600명과 유치원특수교사(88명)가 동일한 장소에서 시험을 치렀다.

◇문제유출 가능성 지적 일자…평가원 "모든 문항 만점처리"

수험생들은 동일한 문항에 대해 한 장소에서 시차를 두고 치를 경우 문제유출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출제기관인 평가원은 이 같은 지적을 받아들여 지난 6일 후속조치를 내놨다. 설명자료를 통해 "동일 시험장에서 시험이 시행된 경우 문항 배치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해 (중복출제된) 3개 문항에 대해 모두 만점처리 한다"고 밝혔다.

서울을 비롯한 14개 지역은 초등특수교사, 유치원특수교사 시험의 해당문항이 모두 만점처리된다. 경기와 충남은 유아특수교사 시험만 만점이다. 경북지역 수험생들은 같은 장소에서 시험을 치르지 않아 해당사항이 없다. 평가원은 12일 이러한 결과를 반영한 성적통지를 할 예정이다.

평가원은 또 "해당문항의 만점처리 전 1차시험합격자 범위에 포함됐던 응시자 중에서 해당문항의 만점처리 후 1차시험합격자 범위를 벗어난 응시자도 합격자로 추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후속조치에 따라 유치원·초등특수교사 1차시험합격자 수는 다소 늘어날 전망이다. 원래 1차 시험합격자는 성적선발예정인원의 1.5배수를 선발하는데 그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내용이 담긴 성적통지 결과는 12일 발표된다.

◇수험생 "동네시험이냐" …교육청 "최선 찾겠다"

하지만 이런 결정에 대해 문제를 맞힌 기존 정답자들은 분노하고 있는 상황이다. 평가원 홈페이지에 항의글을 올린 이모씨는 "동네시험도 아니고 교사를 뽑는 국가고시에서 중복출제가 일어났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전원 만점처리라는 후속조치도 이해할 수가 없다"며 "소수점 차이로 합격·불합격이 갈리는 이런 시험에서 모두 만점처리하면 정답을 맞힌 수험생만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고 적었다.

또 다른 수험생은 "가장 큰 문제는 1차시험 결과와 2차시험 결과가 합산돼 최종합격자를 선발한다는 것"이라며 "시험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는 이런 결정을 안일하게 한 것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고 강조했다.

이제 공은 교육당국으로 넘어간 상황이다. 1차시험은 평가원이, 2차시험은 교육당국이 주관한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은 앞으로 17개 시도교육청이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내년 1월 2차시험을 치르기 전까지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출제원칙 준수, 출제점검 강화, 시험장 배정에도 만전 기해야"

교육계에서는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국가의 중요한 시험을 주관해왔던 평가원이 아무리 위탁출제라도 이런 아마추어같은 실수를 한 것에 대해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출제검토위원회까지 두면서 이중삼중으로 관리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 검토시스템을 같은 국가고시인 임용시험에도 도입해 철저히 관리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도 "국가고시를 출제하는 기관은 문제유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게 기본인데도 이런 출제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라며 "평가원은 앞으로 출제원칙 준수와 출제점검을 강화하고 교육청도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시험장 배정 등에 만전을 기해 이런 논란이 불거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kjh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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