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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기억할 오늘] 초원복국 사건(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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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016년 12월 국회 최순실조사특위 청문회장의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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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복국(집)’ 사건이 난 지 만 25년이 흘렀다. 대한민국 시민은 저 사건을 계기로 ‘통신비밀보호법’이라는 값진 법 하나를 얻었지만, 권력이 법치와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드라마 같은 현실을 감당해야 했다.

1992년 12월 11일 오전, 부산 대연동의 음식점 ‘초원복국’에 김기춘(당시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 전 법무부장관과 지역 기관장들이 모였다. 제14대 대통령 선거(12월 18일) 일주일 전이었다. 참석자는 김영환 부산시장, 박일룡 부산경찰청장, 정경식 부산지검 검사장, 우명수 부산시교육감과 국가안전기획부 지부장, 부산상공회의소장 등이었다. 그들의 대화를 정주영 당시 통일국민당 후보 진영과 전직 안기부 직원이 도청했다.

김기춘: 노골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고, 접대를 좀 해달라. 야당에서는 상당히 강경하지만, 아 당신들이야 지역발전을 위해서이니 하는 것이 좋고… 노골적으로 해도 괜찮지 뭐… 우리 검찰에서도 양해할거야. 아마 경찰청장도 양해….

박일룡 :이거 양해라뇨. 제가 더 떠듭니다.

(…)

김기춘: (…) 부산 경남 사람들 이번에 김대중이 정주영이 어쩌냐 하면 영도다리 빠져 죽자(일동 웃음). 남들이 비웃을 것이다. 당락을 불구하고 표가 적게 나오면 우리는 멸시 받는다. 바보라고…

녹취록 폭로는 권력과 하수 언론 등에 의해 ‘불법 선거개입’이 아닌 ‘불법 도청’ 문제로 둔갑했고, 도청 가담자는 ‘주거침입죄’로 기소됐다. “공명선거를 이룩하겠다는 나의 소박한 꿈에 너무나도 큰 상처를 주었다”고 통탄했던 여당 김영삼 후보는 부산서 73.3% 경남서 72.3%를 득표했다. 당선 득표율은 42%였다. 이듬해 국회는 통신비밀보호법을 제정했지만, 김영삼 정부는 안기부 미림팀을 운영하며 정재계와 언론계 대화 내용을 조직적으로 도청했다.

대통령에게 “너무나도 큰 상처를 주었”던 장본인들은 대선 승리의 주역으로 대접 받았다. 경찰청장과 안기부 1차장으로 영전해 미림팀을 이끈 게 박일룡이었다. 정경식은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됐다. 무죄 선고를 받은 김기춘은 한국야구위원회 총재를 거쳐 96년 4월 경남 거제에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됐다. 그는 지난 7월 박근혜 정부 비서실장 재임 중 권력 남용과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3년 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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