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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뜨거웠던 광장은 가고… 사랑-가족에 다시 눈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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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 심사위원들이 전하는 응모작 경향

동아일보

2018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에서 작품에 대해 논의하는 심사위원들. 올해 응모작들은 예년에 비해 문장이나 구성 등에서 한층 젊어진 느낌이 든다는 의견이 나왔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가족, 사랑 등 개인적인 소재를 담담하게 풀어낸 작품이 많았다. 사회 문제를 주로 다뤘던 지난해와 뚜렷하게 차이가 났다.”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8일 열린 2018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에서 심사위원들은 올해 응모작품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올해 응모자는 2260명으로 지난해보다 25%나 껑충 뛰었다. 응모 편수도 6980편으로 17% 증가했다. 부문별로는 시(5174편)와 시조(501편), 단편소설(553편)이 큰 폭으로 늘었다. 중편소설(302편), 동화(238편), 문학평론(19편), 영화평론(38편)도 고르게 증가했다. 희곡(84편)과 시나리오(71편)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올해도 아르헨티나 멕시코 나이지리아 미국 호주 독일 프랑스 등 해외 곳곳에서 e메일로 작품을 보내왔다.

예심에는 △김경주 김중일 시인(이상 시) △정이현 편혜영 백가흠 손보미 소설가(단편소설) △김도연 소설가, 정여울 조연정 문학평론가(중편소설) △정윤수 영화감독, 조정준 영화사 불 대표(시나리오)가 참여했다.

김중일 시인은 “지난해는 촛불시위, 인공지능 등에 대해 쓴 작품이 많았는데 올해는 가족에 집중한 작품이 다수였다”고 말했다. 김경주 시인은 “부모와 자녀 간 관계보다는 형제간의 갈등을 다룬 경우가 많았다. 개가 등장하는 경우가 놀랄 정도로 늘어 가족의 확장으로 개를 대하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단편소설 역시 부부 관계, 연인 간 사랑 등이 주를 이뤘다. 편혜영 소설가는 “촛불시위, 세월호 참사 등 사회적 이슈가 해소 국면에 접어들면서 일상적인 소재가 부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이현 소설가는 “생활과 밀착된 담담한 이야기를 통해 존재의 의미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고 분석했다. 지난해까지 다수를 차지했던 백수, 아르바이트생은 자취를 감췄다. 손보미 소설가는 “특정 직업이 도드라지지 않고 개인 간의 관계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백가흠 소설가는 “극적이거나 전통적인 서사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플롯을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중편소설은 판타지물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김도연 소설가는 “지루하거나 아픈 현실에서 벗어나 이야기가 주는 재미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 많았다”고 말했다. 다만, 소재와 관계없이 지금 현실에 의미를 던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여울 문학평론가는 “현실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끈질기게 파고드는 시도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연정 문학평론가는 “문장을 실험하고 세련되게 다듬는 등 언어의 미학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나리오는 육아 분단 스릴러 등 소재가 한층 다양해진 가운데 멜로물의 비중이 커졌다. 조정준 대표는 “사랑을 나누기보다는 상처를 지닌 인물들이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정윤수 감독은 “상실과 아픔이 깔려 있지만 신선한 설정이나 아이디어로 재치 있게 문제를 해결하는 작품들이 눈길을 끌었다”고 말했다.

이날 예심 결과 시 23명, 단편소설 9편을 비롯해 중편소설 7편, 시나리오 13편이 본심에 올랐다. 시조 희곡 동화 문학평론 영화평론은 예심 없이 본심을 진행한다. 당선자는 이달 말 개별 통보하며 당선작은 내년 1월 1일자에 게재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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