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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정성립 “조선업 초호황 다시 안와 … 매출 점차 줄여 7조원 체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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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연속 흑자 영업익 1조 예상

덩치 키우기보다 경영 합리화 우선

새 주인 빨리 찾아 장기 플랜 세워야

중앙일보

정성립


국내 조선산업이 다시 한번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얼어붙었던 조선 경기는 조금씩 살아나고 있지만 업계는 내년 최악의 ‘일감 보릿고개’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바닥을 쳤던 수주 부진의 여파가 2년 뒤인 내년 반영될 전망이어서다.

2000년대 세계 조선업 최강자에서 도산 직전까지 몰린 뒤 회생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으로선 또 한 번 위험천만한 해빙기의 살얼음을 지나게 됐다.

정성립(67·사진)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최근 중앙일보와 만나 “과거와 같은 조선업 초호황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 호황은 고도의 중국의 경제 성장 때문이었는데 이제 그 효과가 끝났다”는 것이다. 그는 “내후년까지 세계 조선 업계가 몸집을 줄이는 진통을 겪은 뒤 2020년 시장의 수급이 맞아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5년 5월 대우조선 사장에 선임돼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해 온 정 사장에게 막대한 혈세에 대한 책임감은 엄중하고 무겁다. 2015년 이후 지금까지 대우조선에 들어간 공적자금만 10조원이 넘는다.

정 사장은 “경영 판단을 잘못했다. 선박 대금 못 받은 게 2조원이고 이 밖에 신산업 투자 손실, 무리한 수주 경쟁에 따른 손실, 해양플랜트 손실 등 복합적인 원인이 겹쳤다”며 경영 실패를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올해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낼 전망”이라며 “정부가 한 구조조정 중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라고 판단 받도록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실제 대우조선은 올 들어 3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때 5000%를 넘어섰던 부채비율은 올 3분기 말 현재 248%로 줄었고, 자기자본도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서 3조8000억원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올 들어 수주 실적은 여전히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에 한참 뒤처진다. 이에 대해 정 사장은 “2014년에 수주를 많이 해서 수주 잔고는 여전히 세계 1위”라며 “현재 선박들이 원가 이하로 발주돼 조선소들로선 지금 수주를 많이 하는 게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대우조선은 내년, 내후년까지 주름진 상황을 만들 수 없어 저가 수주는 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경영 정상화의 방편으로 ‘7조원 체제’를 밝혔다. 정 사장은 “과거 실적을 돌이켜보면 매출이 7조원일 때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았다”고 했다. 매출 7조8000억원에 영업이익률이 4%에 달했던 2007년이 그랬다. 그는 “매출 규모를 내년 9조원 대, 2019년 8조원 대 등 단계적으로 7조원 대까지 줄여 이에 맞춰 경영 합리화·정상화 작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의 가장 큰 현안으로는 ‘새 주인’과 ‘기술개발’을 꼽았다. 그는 “조선업은 선박은 2~3년, 해양플랜트는 4~5년 등 생산 주기가 길어 경영진이 계속 바뀌면 연속성을 잃을 수 있다”며 “중국과 경쟁하려면 하루빨리 재무적 투자자가 아닌 전략적 투자자로 새 주인을 찾아 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0년부터 본격화하는 글로벌 조선·해양 환경규제는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을 앞세워 최대한 기회로 활용할 방침이다. 정 사장은 “대우조선은 LNG 추진선 세계 발주량의 43%를 차지할 정도로 경쟁력이 뛰어나다”며 “증발하는 연료를 다시 액화시키는 기술을 자체개발해 2013~2014년 집중 영업하고, 액화 효율을 높인 기술을 개발하는 등 이 분야에서 한발 앞서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소아·김유경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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