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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오래전 ‘이날’]12월11일 수능 성적과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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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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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11일 수능 성적과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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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성적 발표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국영수’의 지옥…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은 그동안의 노력을 단 하루에 검증받는 시험입니다. 이러한 평가방식이 합리적이냐는 지적은 계속 이어져왔지만 어쨌든 수능은 매년 치러지고 있습니다. 수능 당일 다급하게 경찰차가 수험생을 태우고 달리는 풍경은 익숙합니다. 가히 ‘국가적’ 행사입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교육열이 높은 나라로 불립니다. 교육을 통한 이른바 ‘명문대’ 진학이야말로 한국 사회에서 자신의 ‘계급’을 바꿀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국민은 굳이 역사를 공부하지 않고도 본능적으로 이 사실을 체감했습니다. 한국에서 살아가며 부당한 폭력을 겪을 때마다 수많은 부모들이 ‘내가 못 배운 탓’을 하며 자신의 가슴을 수없이 쥐어박았습니다. 가난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는 기회… 수능이란 그런 것이었습니다.

부모의 지나친 열의가 비극을 낳기도 합니다. 10년 전 오늘, 경향신문에는 수능 성적을 비관해 함께 목숨을 끊은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가 실렸습니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18살 아이들은 아버지에게 “죄송합니다. 엄마랑 동생이랑 행복하게 잘 사세요. 늘 못해 드려서 죄송합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25층 아래로 몸을 던졌습니다. 단지 10년 전 이야기가 아닙니다. 최근까지도 입시경쟁이 부른 죽음은 계속됐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대부분이 대학으로 진학하고, ‘명문대’ 졸업장이 출세를 보장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하지만 입시경쟁의 온도는 10년 전과 비교해 결코 낮지 않습니다. 아마 대학 간판이 평생 동안 계급처럼 따라다니는 한국 사회가 여전하기 때문일 겁니다. 수능의 성적표가 인생의 성적표는 아니라는 말이, 막상 대학 문 앞에 선 아이들에게 어떻게 들릴 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이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 것은 아마 어른들이 아닐까. 그리고 실제로 그런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수능을 두고 고민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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