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응고 때 만들어지는 성분
암 때문에 뇌경색 걸리면 늘어
뇌경색 재발·사망률 높이기도
병원리포트 고대구로병원 신경과 김치경 교수팀
이제 암에 걸려도 환자 10명 중 7명은 사실상 ‘완치’ 판정을 받는다. 암을 조기 진단하는 경우가 늘고 의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암=난치병’이란 공식이 깨지고 있다. 이제 의학계는 암과 더불어 암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을 예방·치료하는 데도 관심을 쏟고 있다. 암 환자의 생존 기간이 늘면서 환자가 암 이외의 병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암과의 연결 고리를 탐구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고대구로병원 신경과 김치경 교수팀은 올해 서울대병원 등과 공동 연구를 통해 암으로 인한 뇌경색의 진단·치료 등의 내용이 담긴 논문 4편을 국제학술지(유럽신경과학회지·플로스원·바이오메드리서치인터내셔널·뇌졸중 및 뇌혈관 질환 학술지)에 잇따라 발표했다.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로 암 환자에게 뇌경색이 생길 때 이것이 암으로 인한 것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혈액 내 성분을 확인하고, 이런 변화가 환자 예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연구팀이 암 환자 2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암으로 인해 뇌경색이 생겼을 때는 혈액 내 ‘이형접합체(D-dimer)’가 증가했다. 이형접합체는 혈액이 응고할 때 만들어진다. 특히 혈관 내 피떡(혈전)이 있을 때 증가한다.
일반인도 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는 경우 혈액이 고이고 혈전이 생겨 뇌경색 등 혈전색전증이 발생할 수 있다. 단 암으로 인해 뇌경색이 생길 때는 일반인에게 뇌경색이 생길 때보다 이형접합체 양이 8배 이상으로 눈에 띄게 높았다. 거꾸로 암 환자가 우연히 뇌경색에 걸릴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엔 암으로 인한 뇌경색보다 이형접합체 양이 적었다.
나아가 연구팀은 추가 연구를 통해 혈액 내 이형접합체가 많을수록 뇌경색 재발률과 사망률이 높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김치경 교수는 “암 환자의 혈액에 이형접합체가 증가했다면 뇌경색의 위험이 크다고 볼 수 있다”며 “이형접합체는 뇌경색의 위험도를 예측하는 지표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둘째로 연구팀은 암으로 인한 뇌경색의 관리·치료에 쓰는 약물 효과를 측정했다. 환자는 뇌경색 치료 후 혈전 예방을 위해 주사 형태의 항혈전제(LMWH)를 꾸준히 맞아야 하는데, 최근 개발된 먹는 형태의 항혈전제(NOAC)가 이와 동등한 수준의 효과를 보인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 급성 뇌경색에서 막힌 혈관에 혈전용해제(tPA)를 주입하는 치료법(정맥 내 혈전용해술)은 암으로 인한 뇌경색에서는 효과가 작다는 사실도 아울러 보고했다. 김 교수는 “암 때문에 생기는 뇌경색은 보다 특화된 예방·치료법이 필요하다는 의미”라며 “향후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치료법을 지속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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