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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사설] 변호사의 우월적 기득권에 제동건 세무사법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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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에게 자동으로 세무사 자격을 주는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세무사법이 8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내년 1월부터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 자동 취득이 원천 차단된다.

세무사법은 1961년 제정 당시 변호사와 계리사(공인회계사), 상법·재정학 석·박사 학위자 등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주도록 했다. 이후 법 개정으로 타 직업군은 금지되고 변호사만 자동 취득이 가능했는데 이번 법 개정으로 변호사들이 56년간 누려온 권리가 사라지게 됐다. 이번 세무사법 개정은 회계·세무 등 전문성이 없는 변호사들이 누려온 우월적 기득권에 제동을 건 것이다. 그동안 변호사에게 별도의 시험도 없이 세무사 자격을 주는 것은 부당한 특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변호사가 연간 100~200명 배출되던 시절에 만든 법이 1500여 명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유지되는 바람에 변리사, 세무사 등 타 영역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그런데도 변호사들이 밥그릇을 놓지 않겠다고 저항하면서 법 개정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세무사법 개정안은 2003년부터 매년 발의됐으나 변호사업계의 반발로 율사 출신이 많은 법사위 관문을 넘지 못해 3번이나 폐기됐다. 이번에도 법사위 소위심사만 한 뒤 방치돼 있었으나 국회 선진화법을 통해 정세균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상정했다. 재적의원 247명 중 215명이 찬성하는 압도적 표차로 통과된 것은 자동 취득이 부당하다는 여론이 반영된 것이다.

변호사업계는 "국민 선택권을 박탈하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부당한 기득권은 폐지돼야 한다는 의견이 더 지배적이다. 변호사는 진입장벽이 높고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소득을 올리는 대표적인 지대추구(Rent Seeking) 업종이다. 그런데도 세무사, 변리사 등 타 영역의 자격을 놓지 않겠다는 것은 기득권 지키기일 뿐이다. 변호사가 되면 자동으로 주어지는 전문자격은 변리사 하나만 남았다. 변리사들의 반발도 크고 노무사, 법무사, 공인중개사들은 변호사 영역의 일부를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어 변호사들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 있다. 하지만 유사 법조 직역 간 경쟁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기득권 내려놓기는 시대의 흐름이기 때문에 전문성 강화를 통해 승부하는 것만이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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