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조윤선 항소심 증인 출석…"도와주라는 건 아니고 격려 차원"
조윤선 전 정무수석(왼쪽)과 허현준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허현준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이 "조윤선 전 정무수석은 보수 예술인 단체를 지원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허 전 행정관은 서울고법 형사3부(조영철 부장판사) 심리로 24일 열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 전 수석 등의 블랙리스트 사건 항소심 속행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측에서는 2015년 6월 1일 허 전 행정관과 보수 성향의 예술인 단체 '차세대문화인연대(차문연)'의 최모 감독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제시했다.
허 전 행정관이 최씨에게 보낸 이메일 답장에는 '우리 수석께서 부산국제영화제 다이빙벨 상영 당시 차문연을 보면서 저 단체를 도우라고 하셨다'고 쓰여 있었다.
이에 특검이 "우리 수석이 누군가"라고 묻자 허 전 행정관은 "표현을 과하게 한 것 같은데 우리 비서관님이 이렇게 했던 게 맞는 것 같다. 내가 격상시켜서 '우리 수석께서'라고 표현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특검팀이 다시 '우리 비서관은 누구냐'고 질문하자 "아마 정관주(당시 국민소통비서관)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시를 한 사람이 정 전 비서관이 맞느냐며 특검팀이 추궁하자 그는 "이 시기에 비서관이 업무를 보고 있었다는 의미"라면서 "수석이 나에게 직접 관련 단체를 도우라는 지시를 특별히 한 적은 없다. 도우라는 건 아니고 회의에서 격려의 말씀 정도였다"고 했다.
특검팀은 차문연 활동이 정 전 비서관 부임 전에 이뤄진 점, 정 전 비서관은 조 전 수석이 지시했다고 인정한 점을 들어 조 전 수석의 지시 여부를 재차 추궁했다.
그러자 허 전 행정관은 "수석은 저에게 직접 말한 바가 없어서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만약 말했다면 당시 비서관이 나에게 격려 차원에서 말한 것을 조금 더 무겁게 전달하려고 격상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고 했다.
특검 측이 "정 전 비서관에게 그대로 물어보겠다. 대답을 확실히 하라"고 다그쳤고, 허 전 비서관은 "시기적으로 오도성 선임행정관일 수도 있다"고 얼버무렸다.
아울러 허 전 행정관은 최씨에게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영화 다이빙벨 비판 성명서를 수정하는 등 업무지침을 내렸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보고라기보다 서로 소통 과정이었고, 민간에서 자유롭게 판단해서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허 전 행정관은 2014∼2016년 김 전 실장 등 당시 청와대 간부들과 공모해 전경련이 수십 개 보수단체에 총 69억원을 지원하도록 강요한 혐의 등으로 지난 6일 구속기소 됐다.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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