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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삼성·LG전자, 美 관세폭탄에도 끄떡없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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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에 최고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지만 두 기업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기업의 올해 추정 매출액에서 미국 내 세탁기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작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국의 세이프가드가 일부 가전 제품군에 국한하지 않고 산업계 폭탄으로 등장할 경우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는 만큼 투자 심리에는 부담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3만3000원(1.18%) 하락한 276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G전자 역시 전날 대비 1800원(1.88%) 내린 9만4100원을 기록했다. 두 종목 모두 2% 이내 하락률을 기록하며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미국의 세이프가드 후폭풍은 예상만큼 크지 않았다. 세이프가드 소식이 처음 전해진 전날도 두 종목은 각각 1.23%, 3.23% 올랐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미국발 세이프가드 권고안을 분석한 결과 "최악은 피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번 ITC 결정이 삼성전자와 LG전자, 월풀의 요구에 대한 절충안에 가깝다는 점에서다. 월풀이 요청한 일률적인 50% 관세 대신, ITC는 저율관세할당(TRQ)을 120만대로 설정하고 초과분에 대해서만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앞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제시한 145만대보다는 조금 낮은 수치다.

미국 세탁기 매출이 두 기업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도 세이프가드 피해를 줄인 요인이 됐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미국 내 세탁기시장 점유율은 물량 기준으로 120만~140만대 수준이다. 두 기업이 미국 세탁기 시장 점유율의 약 30%를 차지하지만, 미국 세탁기 매출액은 삼성전자가 1조1000억원, LG전자가 1조원이다. 각 기업의 전사 매출을 기준으로 따져보면 0.45%와 1.65%에 불과하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세이프가드가 발동된다 하더라도 두 회사가 미국에 건설 중인 가전 공장의 가동을 앞당기는 등 조치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를 계기로 미국 기업들이 한국의 주력 수출업체들을 물고 늘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 등 무역 압박도 한국증시에 잠재적인 악재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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