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시간 늘어나면 심야영업 적자 입증 더 어려워져
현재 편의점, 자정부터 오전 7시까지 영업단축도 가능
버스커 편의점(CU마로니에공원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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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서울 중구 한 오피스 건물 1층에서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김자영씨(65·여)는 매일 자정부터 오전 7시까지 문을 닫는다. 손님 대부분이 해당 건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인 만큼 밤샘 영업이 오히려 손실을 보는 탓이다. 직장인들이 출근하는 시간에 맞춰 김씨가 직접 편의점 문을 열고, 오후에는 아르바이트 직원이 문을 닫고 퇴근한다. 김씨는 "건물 전체가 밤에는 문을 닫기 때문에 본사와 협의해 손님이 없는 시간대는 문을 닫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부가 편의점 심야 영업단축 기준 시간을 밤 11시부터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심야영업을 단축할 수 있는 기준은 오전 1시부터 오전 6시다. 편의점주는 6개월간 해당 시간대 영업손실을 볼 경우 영업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 시간대 편의점주의 영업손실이 입증되면 편의점주는 본사와 협의해 영업단축 시간을 더 늘릴 수도 있다. 편의점 관계자는 "인구수가 적은 시골이나 밤이면 공동화 현상이 벌어지는 지역은 밤 시간에 손님이 거의 없다"면서 "본사와 협의할 경우 손님이 없는 시간에는 밤 10시부터라도 단축영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편의점 심야 영업시간대를 밤 11시부터 오전 6시까지로 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당초 공정위는 편의점 점주가 장사를 포기할 수 있는 심야영업 제한시간을 오전 0시부터 오전 7시 또는 오전 1시부터 오전 8시로 늘리는 방안을 입법예고했다. 영업손실 발생 기간을 3개월로 단축하는 내용도 담겼다.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가맹점주가 심야영업 손실을 입증하기 쉽도록 해 심야영업을 한 조치다.
버스커 편의점(CU마로니에공원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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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해당 시간대는 출근시간이 포함돼 오히려 심야영업 매출손실을 증명하기 어렵다는 편의점 점주들이 반대하자 시간을 앞당긴 것이다. 오전 1시부터 6시까지 손님이 많은 시간대 매출이 잡혀 흑자로 돌아서기 때문이다. 심야영업을 접고 싶어도 어렵다는 이야기다.
오후 11시로 앞당기는 방안도 마찬가지다. 야근한 직장인과 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 귀갓길에 편의점에 들러 야식을 많이 사는 황금시간대에 포함된다. 시장 현실을 무시한 입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업계에선 심야영업단축을 무조건 7시간에 맞추기 위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의 편의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연중 무휴로 영업하는 업태인데 심야시간 문을 닫게 되면 소비자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이는 편의점주에게도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소비자들이 심야시간 문을 닫는 점을 인식하게 되면 다소 늦은 시간이나 평소에도 해당 매장 대신 다른 매장을 찾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 심야영업단축을 시행하는 편의점은 5% 이내다.
편의점 관계자는 "편의점 가맹본부와 편의점주, 소비자까지 모두 피해를 보는 이런 정책을 왜 추진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집 근처 편의점에 가서 물어봐도 현실을 파악할 수 있을텐데, 이런 탁상행정을 밀어부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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