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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증시한담] 기업지배구조원 위상 높아졌다...인원ㆍ예산 2배로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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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한국거래소 산하 단체’ 정도로 여겨졌던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의 위상이 최근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20여명 남짓했던 직원 규모가 40여명으로 확대됐고 예산도 두 배 가량 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본래 기업지배구조원은 예산 대부분을 한국거래소로부터 받았습니다. 규모는 17억원. 거래소 의존도가 높다보니 엄연히 독립된 민간 단체임에도 거래소 산하 단체로 오해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 외에는 금융투자협회와 한국상장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으로부터 2억여원 가량의 분담금을 받았습니다.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기에 재원이 턱없이 부족했고, 상장사의 지배구조나 사회적 책임(CSR)을 평가해야 하는 상황에서 상장사로부터 분담금을 받는 ‘이해상충’의 문제점도 지적이 돼 왔습니다.

그러던 것이 최근 들어서는 사원에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이 추가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들로부터 15억여원의 추가 재원을 확보했고, 기존 사원이었던 금융투자협회의 경우 분담금 규모를 기존의 2배인 3억원으로 늘렸습니다. 공인회계사회도 사원 등록을 검토중입니다. 이해상충 문제가 더 이상 불거지지 않도록 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당연직 이사로 지위를 바꾸고 분담금은 최소 규모로만 받기로 했습니다. 1년여 만에 외형이 무려 두 배로 커진 것입니다.

조선비즈


기업지배구조원이 이처럼 빠른 속도로 세를 확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독보적인 존재감’ 때문입니다. 기업지배구조원은 2002년 설립된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를 확대ㆍ개편한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국내 상장기업의 기업지배구조 및 사회적 책임에 대한 평가ㆍ조사ㆍ연구, 의안분석 서비스, 지속가능성 보고서 작성ㆍ검증 서비스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도덕성과 준법 정신, 소통 등이 시대의 화두로 부상한 가운데,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를 실현할 각종 제도를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 및 스튜어드십 코드 등이 대표적인 제도입니다. 이를 위한 세부 정책을 만들고 이행하는 역할을 하기에 기업지배구조원만한 적격자도 없었던 것이죠.

사실 기업지배구조원은 이미 오래전부터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과 스튜어드십 코드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하지만 위에서는 상장사들의 반발이, 밑으로부터는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극심해 원칙을 수립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업계의 의견을 대폭 수렴해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을 13년만에 개정했고, 이 가운데 핵심 요소들을 추려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 공시 항목을 만들었습니다. 스튜어드십 코드 역시 2014년부터 금융당국이 도입을 추진했으나 수 차례의 공청회에도 사회 각계의 의견을 조율하는 데 실패하면서 답보 상태에 빠졌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극적으로 최종본을 만들게 된 것이죠. 지지부진한 과정 속에서 기업지배구조원의 위상은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졌고, 존재감은 사라져갔습니다. 한국거래소의 촘촘한 감시·관리 속에서 ‘시집살이’를 해야만 했습니다.

이제 기업지배구조원은 예전의 기업지배구조원이 아닙니다. 현 정부가 중시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제도를 원만하게 도입하고 운영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기업지배구조원이 특정 사원기관에 대한 재원 의존도를 줄이고 독립된 기구로서 사세를 확장해 나가는 것이 앞으로 더욱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하려는 일종의 ‘포석’이라는 해석을 제기합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 제도가 본격 도입되면 이 제도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기관투자자들의 이행 현황을 지속 점검하는 기구가 필요하고 전문성을 갖춘 의결권 자문사가 있어야 한다”며 “기업지배구조원은 자본시장의 이해관계자와 이해상충의 소지가 있고 의결권 시장 독과점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역할을 어디까지 가져갈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유정 기자(ky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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