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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가업승계 대신 PEF行]③"후하게 사드려요"…오너 노린 쩐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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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사례 확산하면서 눈높이 높아지는 오너들

[이데일리 장순원 박기주 기자] “요즘 기업을 매각하려는 회장님들을 만나면 웬만한 금액으로는 반응조차 없습니다. 눈높이가 워낙 높아져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경쟁력을 갖춘 중견·중소 기업을 인수하려는 사모펀드(PEF)들은 하나같이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괜찮은 기업은 드문 반면 이들이 부르는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 유동성이 대거 유입되면서 출자 약정액이 치솟자 이 돈을 소화해야 하는 PEF로서는 나중에 되팔아 수익을 낼만한 기업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 매각대상은 한정된 반면 사려는 PEF가 넘쳐나면서 인수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한 PEF 실무자는 “인수의사를 타진하는 과정에서 회장님들이 넌지시 저쪽에서는 얼마에 팔렸는데…”라면서 “결국 매각가격을 더 부르지 않으면 팔지 않겠다는 얘기를 듣는다”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PEF에 기업을 넘기며 대박 사례가 널리 소개되면서 동종업계 오너들의 기대치가 잔뜩 높아졌다는 전언이다. 실제 얼마전 생활용기 업체인 락앤락 창업자인 김준일 회장은 홍콩계 사모펀드(PEF)에 6293억원을 받고 회사를 팔았다. 유니레버에 인수된 카버코리아의 이상록 회장도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달 22일 베인캐피탈과 골드만삭스 컨소시엄은 보유하고 있는 카버코리아 지분 35%를 매각하면서 1조원 가량의 현금을 챙겼다.

이런 소식들이 전해지자 오너 주변에서도 지나치게 대박의 꿈을 부풀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PEF 대표는 “요즘 프라이빗뱅커(PB)가 고객인 중견기업 사장들에게 상속세가 부담되면 웬만하면 기업을 팔라고 부추긴다. 특히 돈 많은 PEF를 통하면 꽤 많은 현금을 챙길 수 있다고 강조한다”면서 “주로 여러 사업으로 확장된 회사보다는 한 종목에 특화된 기업들의 오너가 이런 제안을 많이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들이 펼쳐지면서 3~5년 뒤 회사를 다시 되팔아야 하는 PEF로서는 섣불리 투자에 나서기가 부담스러워 진 상황이다. 자칫 비싼 가격에 회사를 인수했다가 처분하지 못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될 수도 있어서다. 또다른 IB업계 관계자는 “PEF업계에서도 매물을 놓고 옥석 가리기가 한창”이라면서 “투자가치가 높은 기업 몸값은 더 치솟는 대신 그렇지 않은 매물은 주인을 찾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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