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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한국 떠나는 외국계 운용사… 원인은 북핵 아닌 수익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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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전문가 뺨치는 똑똑한 투자자들이 가득한 한국 펀드 시장에선 좋은 상품을 내놓지 못하면 해외 유수의 자산운용사도 순식간에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2015년 10월부터 외국계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운용 한국 법인을 이끌고 있는 권준(50·사진) 대표는 최근 JP모건운용 등 일부 해외 운용사들이 한국에서 사업을 접거나 철수할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북한 위험 등이 아닌 바로 수익 부진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골드만삭스를 거쳐 미래에셋운용 글로벌경영부문 대표와 미국 법인장을 지낸 뒤 한국인으로선 처음으로 피델리티 한국 법인 대표가 됐다.

글로벌 투자 전문가인 그는 최근 외국계 운용사들의 부진을 두고 "지난 수년간 국내 증시 침체와 함께 공모 펀드 시장이 정체에 빠진 데다, 해외 운용사는 특히 주력 펀드 1~2개가 실패하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행히 피델리티는 글로벌 테크놀로지 펀드(연초 이후 수익률 28%) 등 주력 펀드가 연말 해외 비과세 펀드 제도 일몰을 앞두고 가입자를 끌어모으며 선전 중이다.

권 대표는 "절박한 심정으로 좋은 펀드를 내놓으려 노력하다 보니 똑똑한 투자자들이 알아준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일본 등에 비해 여전히 국내에선 해외 펀드 투자가 저조한 편"이라고 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해외 펀드 투자에 실패했던 트라우마 때문인데, 운용사들이 과거 잃었던 신뢰를 아직도 되찾는 과정"이라고 했다. 이어 "분산 투자를 하면서 향후 글로벌 증시 상승의 혜택을 누리려면 지금이라도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해외 펀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금융자산의 절반 이상'을 해외 펀드에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권 대표는 "당장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아니라면 금융자산의 70%가량을 펀드에, 그중에서도 80%쯤은 해외 펀드에 투자하길 권한다"고 했다.

그는 "10년 전 고금리 기조로 돌아갈 수 없고, 부동산 재테크도 리스크가 커지면서 앞으로 '좋은 펀드'에 투자자들이 몰릴 것"이라고 했다. 이어 "좋은 펀드가 늘고 국내 펀드 시장이 살아나면 떠났던 외국계 운용사들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안준용 기자(jahn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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