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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외주제작사 두번 울리는 종편·케이블 방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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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뺨치는 도넘은 갑질 / 인센티브는 커녕 디센티브 적용 / 시청률 저조 땐 제작비 일부 반납 / 방송사 담당자가 제작 일체 총괄 / 제작비 초과해놓고는 ‘나몰라라’ / 협찬 강요 기본 협찬금 일방 배분 / 마스터 시사회만 수차례 요구도

세계일보

외주제작사와 피디들을 상대로 한 방송사의 ‘갑질’이 지상파채널 방송사뿐만 아니라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채널 방송사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EBS를 비롯해 KBS, MBC, SBS 등은 수년 동안 외주제작사에 갑질을 해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외주제작사들은 당초 계약과 달리 줄어든 제작비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저작권과 저작인격권을 보장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방송사 관계자의 강요에 자극적인 내용을 취재해야 했으며 욕설과 폭언 등 인격적 모독도 받아야 했다. 20일 외주제작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방송사의 ‘갑질’은 지상파채널뿐만 아니라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채널에도 퍼져 있다.

한 외주제작사 대표는 “MBC 등 지상파채널뿐만 아니라 종편채널과 케이블채널에서도 갑질을 하고 있다”며 “특히 MBN의 경우 갑질이 심각해 업계에서도 기피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종편채널과 케이블채널의 갑질이 지상파채널보다 더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지상파채널이 해왔던 갑질을 이들이 더욱 심화·발전시켜 외주제작사를 괴롭히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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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아프리카 현지에서 촬영을 하던 중 숨진 고 박환성 독립피디(오른쪽)의 생전 모습.


이 같은 문제점은 한국독립피디협회와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가 지난달 유승희(민주당)·추혜선(정의당) 의원과 함께 만든 ‘방송 제작 환경의 문제점과 대안’, 김해영(민주당) 의원과 만든 ‘故 박환성, 김광일 독립피디의 죽음을 계기로 돌아본 문화산업 불공정 고발’에도 잘 드러나 있다.

특히 ‘디센티브’라는 조건을 사용하고 있는 MBN은 외주제작업계에서 악명이 높다. ‘디센티브’란 ‘인센티브’의 반대 개념으로, 시청률이 저조할 경우 제작비 일부를 반납하는 조건을 말한다. 예컨대 현재 방영되고 있는 MBN의 한 프로그램의 경우 시청률이 일정 수준 이하일 때 단계적으로 50만원씩 최대 300만원의 제작비가 줄어든다.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일정 수준 이하일 때 제작비가 150만원 감소한다. 이런 ‘디센티브’ 때문에 외주제작사는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자극적인 주제를 선정하거나 제작견적을 초과하는 연예인을 섭외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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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의 ‘디센티브’(시청률이 감소할 때 제작비를 반납)가 포함된 계약서 사본.


‘협찬’의 경우 JTBC는 자사가 프로그램과 관련된 협찬을 유치하면 외주제작사에게 관련 제작을 요구하면서 협찬금을 단 한 푼도 분배해 주지 않는다. 반면 외주제작사가 협찬을 유치하면 JTBC에 협찬금의 30∼50%를 넘겨야 한다. 이러한 ‘협찬금 강탈’은 최근 절반 이상으로 일방 상향 조정됐다. 반면 채널A는 협찬금 전액을 가져가며, CJ E&M은 외주제작사에 협찬을 유치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있다.

통상 외주제작의 경우 외주제작사가 제작진을 꾸리고 방송사 담당자가 이들이 제작한 영상을 검수하는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CJ E&M은 방송사 담당자가 팀장으로 발령돼 제작진 및 제작비를 총괄한다. 사사건건 컨트롤하면서 외주제작사를 방송사 인력 파견업체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방송사 담당자가 제작비를 초과해 제작하도록 해놓고도 추가 비용에 대해 보전해 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외주제작사가 추가 비용을 요구하면 재계약 불이익 등 협박까지 했다.

이 같은 ‘갑질’은 서울시가 직접 운영하는 TBS(교통방송)와 정부의 지원을 받는 아리랑TV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TBS는 외주제작사가 파일럿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가운데 제작비를 4분의 3 수준으로 줄였으며 약속했던 정규편성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아리랑TV는 가편집 시사회와 팀장 시사회를 한 뒤 마스터 시사만 3회 하는 등 총 5번의 시사회를 요구했다. 이에 외주제작사는 성우 녹음, 번역 등 수차례 수정작업을 해야 했고 제작비가 추가로 들었다.

한 독립피디는 “통상 시사회는 가편집 시사와 마스터 시사를 하는데, 마스터 시사만 수차례 요구해 왔다”며 “제작시간이 부족한 것은 둘째치고 편집, 녹음, 번역, 성우 등에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서 매번 손해를 봐야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독립피디는 “방송사에서 일부러 독소조항을 많이 넣어서 외주제작사 길들이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방송사 측은 외주제작사가 책임감을 가지고 방송사와 함께 좋은 방송을 만들기 위해 포함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외주제작사에게 불이익을 주는 조건이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시행된 적은 손에 꼽을 정도”라며 “외주제작사가 단순히 프로그램을 제작해 납품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방송사와 함께 방송에 대한 책임을 갖게 하기 위해 부담을 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정정보도문] ‘외주제작사 두 번 울리는 종편’ 기사 관련

본 신문은 지난해 11월 21일자 문화면에 “채널A는 외주제작사가 유치한 협찬금을 전액 가져간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채널A는 외주제작사가 유치한 협찬금을 분배하지 않은 사실이 없고, 적정대가를 지급해온 사실이 밝혀져 이를 바로잡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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