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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1314일만의 작별인사… “미안해, 이렇게 보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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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양승진 교사·남현철·박영인군 발인 / 끝내 못 찾은 유해 자리엔 유품만 / 유가족 “천국에서 잘 있어” 오열 / 학교 건물 돌아본 뒤 평택서 영면 / 제자·동료·친구 등 마지막 길 배웅

세월호 미수습자 9명 중 끝내 유해를 찾지 못한 단원고 양승진 교사, 남현철·박영인군의 발인식이 20일 오전 6시 경기 안산시 제일장례식장에서 열렸다. 세월호 사고 발생 1314일, 선체가 육지로 인양된 지 223일 만이다.

유해가 담기지 못한 관은 선체 수색과정에서 발견된 가방과 옷 등 유품들로 대신 채워졌다. 양승진 교사는 수색과정에서 유품이 발견되지 않아 생전에 학교에서 쓰던 물품과 옷가지, 가족의 편지 등이 관에 담겼다.

세계일보

세월호 미수습자인 단원고등학교 양승진 교사와 남현철군, 박영인군의 발인이 엄수된 20일 경기 안산시 단원고에서 유가족들이 이들의 영정을 든 채 학교를 둘러본 뒤 나오고 있다. 안산=연합뉴스


발인식에는 고인들의 가족과 동료, 제자, 친구들이 참석해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등 교육계 인사들과 4·16 가족협의회도 이른 새벽부터 나와 유가족들 곁을 지켰다. 양 교사의 관이 차량에 실리는 동안 울음을 멈추지 못하던 그의 아내는 ”못 찾아줘서 미안해 여보. 엄청 좋은 데 보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해. 이렇게 시신도 못 찾고 장례 치러서 정말 미안해”라며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발인 전 청심환을 먹으며 마음을 추스르던 박군 가족들은 영정을 보며 간신히 눈물을 삼키다 운구 차량 문이 닫히자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남군의 부모는 기력이 다한 듯 지친 표정으로 손을 잡고 아들의 마지막 길을 지켜봤다.

고인들을 태운 차량은 단원고를 향했다. 유가족들은 고인의 영정을 들고 양 교사가 근무하던 교무실과 두 학생이 공부하던 2-6반 교실을 천천히 둘러봤다. 양 교사의 어머니는 교무실에서 양 교사의 영정 사진을 부여잡고 “엄마 가슴에 피가 내린다 승진아. 사랑하는 내 아들아 천국에서는 아프지 말고 잘 있어”라고 오열했다.

단원고를 빠져나온 미수습자들의 운구 행렬은 안산시청을 거쳐 수원연화장으로 이동했다. 세 사람은 1시간에 걸친 화장을 끝내고 다른 세월호 희생자들이 잠든 평택 서호공원에서 영면에 들어갔다.

안산=김영석 기자 lovek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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