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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김주하의 11월 20일 뉴스초점-신등골브레이커 '롱패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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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백화점 앞에 새벽부터 길게 늘어선 줄. 그리고 문을 열리자마자 달리기를 시작한 이들은 몸싸움까지 벌이며 제품을 낚아챘습니다. 평창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한정판으로 만든 롱패딩을 사기 위해서였죠. 일반 브랜드보다 훨씬 저렴한 14만 9천 원에 판매됐거든요.

올림픽이 좋아서였을까요?
지금 평창 올림픽은 일반 경기는 고사하고 개막식도 사람을 채우지 못해 고심 중이니, 올림픽 때문이 아니죠.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요즘 중고등학생들 사이에 불고 있는 롱패딩 바람 때문입니다. 롱패딩이 인기를 끌면서 아이들은 너나없이 롱패딩을 사달라고 하는데, 사실 이 롱패딩 가격이 어마어마하거든요. 적게는 30만 원부터 많게는 100만 원대까지 호가를 하니, 내 아이가 무시 당하고 왕따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형편이 좀 안 되는 부모들로선 이렇게라도 해야 했던 겁니다.

급기야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롱패딩 착용 금지령까지 내린 학교가 생길 정도. 하지만 교복 자체가 보온성이 떨어진다, 내 돈 주고 사 입는 건데 뭐가 문제냐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왕따'라는 단어가 생겨난 일본에서는 대부분의 초등학생들이 메고 다니는 '란도셀'이란 가방이 100만 원을 호가하며 이른바 부모 등골 브레이커로 떠오르자, 몇몇 지자체에서 관할 내 학생 전원에게 똑같은 '란도셀'을 사주거나 일부 지원금을 주는 대책을 내놓기도 했었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우리도 롱패딩이 교복 아닌 교복이 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 겁니다.

친구들이 다 입는 옷 나도 입고 싶은 마음, 내 자식 기죽지 않게 좋은 것 입히고 싶은 마음, 당연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다른 한쪽에선 내 자식만큼 귀한 또 다른 학생이 상처받을 수 있다는 걸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학생들이 표현하고 싶은 개성은 돈을 많이 들여야 얻어지는 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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