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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규모 6.5 지진오면 강북 멀쩡해도 강남은 피해 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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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3.6이라는데 왜 휘청하는 걸까 "지진 이해 새로해야"


중앙일보

19일 경북 포항 흥해실내체육관에 피해 있던 지진 이재민들이 대피소를 옮기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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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경북 포항시 일대에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오전 6시 5분에는 포항시 북구 북쪽 11㎞ 지역에서 규모 3.6의 여진이 발생했다. 규모 3.6은 15일 발생한 본 지진보다 약하다. 그러나 포항 시민들이 체감하는 정도는 달랐다. 한 시민이 포항 시청에 “규모 3.6은 ‘진동을 느낄 수 있는 정도’라고 나와 있는데, 왜 집이 휘청거릴 정도로 크게 느껴지는 건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같은 규모의 지진이라도 지질 조건이나 건물의 종류 등에 따라 진동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숫자로 나타나는 지진의 규모도 중요하지만, 지진 발생 지역이 암반 지대인지 퇴적층인지, 건물 구조는 어떤지에 따라 영향이 더 크다고 입을 모은다. 김소구 한국 지진연구소장은 “장기적으로는 현재 지역별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계산된 내진 설계 기준을 세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976년 미국 세인트루이스대에서 지진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한양대 교수를 지낸 김 소장은 학계에서 ‘국내 1호’ 지진학 박사로 통한다. 다음은 김 소장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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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구(75) 한국지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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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지진 규모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인가.

A :
“이번 포항 지진에 대해 ‘규모가 작아도 피해가 컸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진원이 얕아서 그렇다’는 기상청의 설명은 일부만 맞다. 가장 중요한 건 경주는 단단한 화강암 지대인 반면, 포항은 약한 퇴적암 지역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액상화도 생긴 것이다. ‘규모가 몇이면 어느 정도 흔들린다’는 식의 개념 자체가 틀린 얘기라는 의미다. 언론과 몇몇 전문가들조차 규모 위주의 시각을 갖고 있다.”




Q : 지질 차이가 어느 정도로 중요한가.

A :
“지진의 피해 규모를 결정하는 데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서울의 경우를 예로 들면 암반이 많은 강북 지역은 규모 6.5의 지진이 와도 건물들에 큰 피해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암반이 별로 없는 강남 지역에선 건물들의 피해가 꽤 발생할 것이다.”




Q : 그럼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A :
“같은 암반이라도 지역마다 성질이 다 다르다. 지역마다 고유진동수와 공진(외부의 힘이 가해지면 에너지가 증가하는 현상) 정도가 다르다. 그래서 같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해도 가속도 값이 다르고 지역마다 흔들리는 정도가 다 다른 것이다. 이런 지역별 차이를 조사해서 지역마다 내진 설계를 달리해야 한다.”




Q : 현행 내진 설계 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얘긴가.

A :
“내진 설계는 규모가 아니라 가속도 값으로 정해진다. 규모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나라나 그렇게 한다. ‘이 건물은 규모 6.0의 지진까지 견딥니다’는 식의 말이 엉터리라는 것이다. 정부가 1988년 처음 내진 설계 기준을 논의할 때 내가 참여했다. 외국의 기준을 참조했지만 사실상 획일적인 기준을 갖고 있다. 활성단층 지도 등 우리나라 지질에 대한 정밀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이 정보들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Q : 가장 시급한 것이 뭔가.

A :
“국립지진연구원이 있어야 한다. 지금은 지진 전문가들만 모여있는 연구기관이 없는 상태다. 지진 관련 데이터를 공유하고 연구하며, 서로 경쟁을 할 수 있는 국가지진연구원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포항=송우영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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