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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포항지진 “복구로는 턱없어”… 철거 건물 쏟아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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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흥해초, 보강업체 직원들도 “들어가기 겁나”

붕괴 우려 대성아파트, 결국 이주하기로 결정
한국일보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초등학교에 보강작업 중인 건설사 관계자가 지진으로 부서진 기둥을 살펴보고 있다.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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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지진으로 파손 상태가 심각한 건물마다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20일 오전 찾아간 흥해초등학교는 벽체 곳곳에 길이 2m이상의 균열이 나 있었다. 교실 18곳과 교무실 등은 폭격을 맞은 것처럼 천장재와 시멘트 덩어리가 떨어져 있었다. 3층짜리 학교 건물을 떠받치는 기둥의 철근은 모두 휘어져 있었다. 본관 뒤 교사동 건물은 5도 이상 기울어졌다.

포항교육지원청은 결국 흥해초 폐쇄를 결정, 24일까지 휴업을 연장한 뒤 27일부터는 재학생 400여명은 인근 초등학교로 분산 배치하기로 했다.

포항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본관 기둥 붕괴로 6개 학반 수업이 불가능하다”며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지지대 보강공사에 들어갔으며 상황을 더 지켜본 뒤 재사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하지만 흥해초에서 만난 현장 보수공사 업체는 “복구가 불가하다”는 판단을 내놨다.

흥해초 보수공사 업체 관계자는 “겉으로 얼핏 보면 멀쩡해 보이지만 내부 전체가 망가진 상태로어떤 보수 공사로도 해결될 수 없는 한마디로 붕괴 직전 수준”이라며 “지지대를 꽂으려고 들어갔던 직원들도 겁이 나 작은 소리에도 뛰어 나올 정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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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 북구 흥해읍 흥해초등학교 본관 벽체 일부가 떨어져 있고 금이 가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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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피해 건물 안전진단에 나선 전문가들은 육안으로도 파손 상태가 심각한 흥해읍 대성아파트와 장성동 크리스탈 원룸 등도 보강 공사로는 복구가 어렵다는 판단이다.

포항시에 따르면 흥해읍 대성아파트를 비롯해 장성동 크리스탈 원룸과 양덕동 블루버드 원룸은 건물 전체가 망가진 ‘전파’ 진단을 받았다. 또 중앙동 풀하우스는 반파 상태다. 일부 아파트 입주민들은 재건축이나 재개발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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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전체가 파손된 포항 북구 장성동 크리스탈 원룸.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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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아파트 한 주민은 “짐을 가지러 가는 것도 겁이나 중요한 물품 몇 가지만 들고 나왔다”며 “집이 기울어질 정도로 망가졌는데 다시 짓지 않는 이상 어떻게 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포항시는 붕괴 등 2차 피해가 우려되는 흥해읍 대성아파트 D, E, F동 170가구와 환호동 대동빌라 4개동 81가구의 출입을 통제하고 20일부터 LH 임대아파트 이주를 안내하고 있다. 또 장성동 크리스탈 원룸 등 원룸 7곳의 세입자도 이사를 권유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정밀 진단을 더 해봐야 알겠지만 파손 상태가 심해 장시간 보수를 한다 해도 재 입주가 어려운 곳이 많다”며 “피해가 집중된 지역은 주민들과 협의해 재개발 재건축이 추진될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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