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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슈퍼박테리아의 급습…보건당국 비상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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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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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가 듣지 않는 항생제 내성균 슈퍼박테리아(AMR) 감염 신고건수가 급증하면서 보건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슈퍼박테리아 감염 환자가 크게 늘어나는데도 처방할 약이 없어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항생제 내성균 감염자 실태 파악에 나섰다.

20일 질병관리본부 감염병웹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전수 감시'를 시작한 지난 6월 이후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속균종(CRE) 신고건수는 4246건에 달했다. 5월까지 표본 감시 건수(712건)를 더하면 총 4958건이다. 2011년 16건과 비교하면 폭발적으로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신고건수(1455건)와 비교해도 3배 이상이다.

질병관리본부는 "2011년 정부가 처음 CRE에 대한 표본 감시를 시행한 이후 첫해 16명의 CRE 환자가 확인됐지만 2015년 565건, 2016년에는 1455건이 확인됐다"며 "표본 감시 시작 후 5년간 약 90배 증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표본 감시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이 100여 개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요양기관을 포함한 전국 의료기관에는 훨씬 더 많은 감염환자가 잠재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CRE는 장내 세균 감염 시 쓸 수 있는 '최후의 항생제'로 일컬어지는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에도 내성을 갖고 있는 세균이다. 항생제 내성균 감염증은 장기간 의료시설에 입원하면서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이 항생제를 지속 복용할 경우 많이 발생한다. 지난해 5월 영국 정부가 발간한 항생제 내성 대응 프로젝트 결과물인 짐 오닐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슈퍼 박테리아 감염에 따른 사망자는 연 70만명에 달한다. 2050년께는 1000만명으로 급증해 암 사망자 수를 추월하는 등 인류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인류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내성 세균이 국내에서 유행하면서 우리 정부도 지난 6월 3일 CRE를 제3군 전염병으로 지정해 기존 '표본 감시 체계'에서 '전수 감시 체계'로 전환한 바 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항생제 내성이 생긴 환자를 조기에 발견해 감염증 확산을 막는 한편 중증 환자만이라도 항생제 신약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국회 국정감사 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도자 국민의당 의원은 "의료계에서는 중증 환자만이라도 항생제 신약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제도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며 "항생제 내성률을 낮추기 위해 항생제를 적게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약을 신속히 도입해 중증 환자에게 우선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현실은 여의치 않다. 2010년까지 지난 30년간 전 세계에서 개발된 새로운 계열의 항생제는 단 3종뿐이고 우리나라는 전무하다. 새 항생제 개발을 위해서는 긴 개발기간(평균 10년),천문학적인 투자 비용(약 8000억원)이 들기 때문이다. 설사 출시를 한다 해도 항생제 내성 때문에 오래 사용할 수 없어 제약사들이 항생제 개발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새 항생제 개발 부진은 항생제 오남용과 더불어 '항생제 내성'을 악화시키는 가장 심각한 보건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세균 감염에 쓸 수 있는 치료제가 점차 없어지면 작은 감염에도 생명을 위협받는 과거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항생제 내성균 유행이 '신종 감염병'보다 더 무서운 파급력을 지닐 수 있다는 뜻이다. 영국의 '항생제 내성 보고서'는 향후 35년간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경제적 손실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5%인 11경원(100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나마 미국의 경우 2012년 새로운 항생제 개발 시 신속 허가와 시장 독점권과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항생제 개발 촉진법'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수십 년 전 출시된 항생제와 복제약 가격을 비교하는 일률적인 기준에 따라 약가가 결정된다. 이에 낮은 수익성을 감당하며 새로운 항생제를 출시하려는 제약사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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