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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정리뉴스]2012년 동시 총파업 벌인 KBS·MBC·YTN의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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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은 KBS와 MBC, YTN이 사상 유례없는 ‘방송 3사 공동파업’을 벌인 해였다. MBC 노조는 사상 최장기간인 170일 파업을 벌였고 KBS는 94일, YTN은 10차례에 걸친 시한부 파업을 벌였다. 공영방송인 KBS와 MBC, 공적 소유구조를 가진 보도전문채널 YTN 방송종사자들이 공정방송 회복과 낙하산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한꺼번에, 그것도 길게는 반년에 가까울 정도로 장기간 동동안 거리로 나선 것은 방송 공정성에 대한 종사자들의 우려가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당시 목표했던 경영진 퇴진, 공정방송 회복 등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복귀했던 방송 3사는 올해 하반기 들어 다시 내홍을 겪고 있다. 회사마다 양상은 조금씩 다르다. MBC는 두 달 넘는 파업 끝에 방송 정상화 단계에 들어왔지만 KBS는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경영진과 이사회가 ‘버티기’에 들어갔다. YTN은 새 사장 선임에 구성원들이 연일 사내 집회를 이어가며 반발하고 있다.

■정상화 단계 접어든 MBC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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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김장겸 전 MBC 사장 해임 이후 MBC 정상화에는 가속도가 붙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15일부터 파업을 접고 업무에 복귀했다. 지난 사장 시절 부당전보당했던 구성원들은 자체적으로 전보 명령을 거부하고 원래 부서로 출근하고 있다. 5년 전 아나운서국에서 쫓겨나 현 소속이 라디오심의부인 변창립 아나운서는 20일부터 MBC 라디오 대표 시사프로그램인 <시선집중>을 맡았다.

완전한 정상화가 시작되는 시점은 다음달 7일 새 사장이 선임된 후다. MBC 경영을 관리감독하고 경영진을 임면하는 방송문화진흥회는 새 사장 선임 과정을 사상 최초로 모두 공개하기로 했다. 그간 방문진은 정권이 낙점한 인사를 MBC 사장으로 선임하는 거수기 역할만 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 관행을 타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MBC 사장 최종후보자 3인은 다음달 1일 정책설명회를 통해 방문진 이사와 MBC 시청자에게 경영 계획과 재건 청사진을 밝혀야 한다. 정책설명회는 MBC 홈페이지를 통해 생중계되며 원하는 시민들은 직접 방청할 수도 있다. 최종면접에는 시민들이 보낸 질의가 반영된다.

사장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들의 면면도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MBC 핵심 보직간부들이 공모에 응하던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과거 경영진들에게서 해고나 징계, 부당전보를 당했거나 파업 때 후배들의 구심점이 된 고참급 인사들이 물망에 오른다. 구체적으로는 MBC에서 해직된 최승호 뉴스타파 PD를 비롯해 송일준 PD협회장, 정찬형 TBS 사장, 성경환 전 TBS 사장, 이우호 전 MBC 논설위원실장, 임흥식 전 논설위원 등의 이름이 많이 거론된다. 한때 MBC로 이적한다는 설이 돌았던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은 지난 17일 보도국 간부들에게 “MBC 사장 공모가 시작되면 추측 기사가 나올 테니 명확히 해두겠다. 저는 우리 구성원들만 괜찮다면 여기 5층에 남아있겠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모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변수는 방문진 야권 측 이사 3인이 법원에 낸 김장겸 사장 해임결의 무효 가처분신청과 해임결의 무효 소송의 인용 여부다. 야권 측 이사들은 김 사장 해임안을 임시이사회에서 처리해 자신들의 의결권이 침해당했다며 가처분과신청과 무효소송을 법원에 냈다. 서울남부지법은 가처분 심문기일을 오는 22일 오후 4시30분으로 잡아둔 상태다.

극단적으로 편향된 이념을 숨기지 않아 오랫동안 논란을 만들어왔던 고영주 전 방문진 이사장은 이사장직에서 불신임된 데 이어 이사직에서도 해임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지난 16일 고 이사에게 해임을 사전통보했고, 10일 뒤인 다음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이사장·사장 ‘버티기’ 들어간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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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와 같은 날 시작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의 총파업은 교착상태다. 이인호 KBS 이사장과 고대영 사장이 자진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 상태라 방송 파행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인호 이사장은 지난 15일 임시이사회에서 낸 입장문에서 “현 KBS 사태는 사원 사이에서 누적된 불만, 불안, 의기소침 등이 민노총 산하기구인 노조 집행부의 정치적 의도와 맞물려 사장 퇴출과 이사장, 이사진 사퇴 요구로 폭발한 것”이라며 KBS 파업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규정했다. 이 이사장은 “사장이 노조와 정부의 압력으로 임기 전에 밀려난다면 방송 자율과 독립성을 저해하는 나쁜 선례가 추가될 뿐”이라고 주장하고 자진사퇴는 없다고 선언했다. 앞서 고 사장 역시 국회가 방송법을 개정하기 전까지는 임기인 내년 11월까지 사장직을 수행할 거라고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법인카드를 유용한 내역이 나와 노조가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강규형 이사는 이날 이사회에서 재직 중인 명지대에 사의를 표했다며 KBS 이사직은 지킬 것이라고 선언했다. MBC의 경우 김장겸 전 사장을 임명한 야권 측 이사 2인이 사퇴하면서 이사회 개편의 물꼬가 트였으나, 고 사장을 임명한 KBS 이사들은 대부분 건재하다. 새노조 파업 이후 야권 측 김경환 전 이사가 사퇴했지만 아직 야권 측 이사들이 다수다.

노조의 퇴진 요구를 받는 다수 이사진과 사장이 버티기에 나서면서 파업은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포항 지진 국면에서 재난주관방송사의 역할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할 뿐 아니라 코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 중계에도 이미 빨간불이 켜졌다. 스포츠국 PD, 기자 대다수가 파업에 동참해 지난달 KBS가 중계할 예정이었던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선발전이 이미 무산됐고, 총파업이 계속될 경우 내년 1월 피겨스케이팅 대표 최종선발전도 중계방송이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새노조 관계자는 “올림픽 직전에는 선수들을 만나기도 힘들어 지금부터 선수들 인터뷰를 하고 별도 기획뉴스를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고 사장이 지금이라도 퇴진하지 않으면 평창올림픽 방송 파행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새 사장 선임에 YTN 구성원들 반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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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해직됐던 노종면·조승호·현덕수 기자가 노사 합의로 복직한 지난 8월까지만 해도 ‘첫 정상화’의 사례가 될 것으로 보였던 YTN에서는 ‘사장 선임 반대·출근저지 투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YTN이사회는 최남수 전 머니투데이방송 대표이사를 차기 사장으로 내정했다. 최 내정자는 경제부 기자로 YTN에 입사했다가 2001년 7월 퇴사해 2003년 하반기 삼성화재에 입사했다. 이후 재입사해 보도국 부국장, 경제부장까지 지냈다가 YTN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전인 2008년 3월 다시 퇴사해 머니투데이방송으로 자리를 옮겼다.

YTN 노동조합은 “최 내정자는 조직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좇아 YTN을 등졌던 인사”라며 반대 입장을 정했다. YTN 구성원들이 2008년 이후 10년간 낙하산 사장에 반대하고,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맞서 싸울 때 바깥에서 방관만 했던 인사가 사장으로 와서는 안 된다는 게 주된 이유다. 신임 사장 내정 다음날 YTN 노조는 대의원대회를 열고 “파업과 출근저지를 포함한 투쟁 방향을 노조 집행부에 일임한다”는 데 만장일치로 동의했고, 직능별·기수별 성명서도 쏟아지고 있다. 점심시간마다 연일 사내 집회도 열리고 있다.

언론계에서는 파국을 막으려면 사측이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할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연대는 17일 성명에서 “기나긴 노사분쟁을 끝내야 할 시점에 이사회는 또다시 구성원들과의 힘겨루기를 선택했다”며 “SBS는 사장 임명시 재적인원 60% 이상이 반대하면 임명을 철회하는 임명동의제에 합의했는데 YTN도 다음달로 예정된 주주총회에 앞서 구성원과 시청자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청취하고 반영하기 위한 절차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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